매일신문

[기고] 인증제와 배급제 유감(遺憾)

정승필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정승필 영남대 교수
정승필 영남대 교수

지난 2월 22일 이스라엘이 한국 관광객의 입국 금지를 발표한 후 14일 만에 한국발(發) 여행 제한 국가는 102개를 넘어섰다. 이에 당황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외 입국을 돕겠다는 취지로 '무감염 인증제' 검토를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어 도입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미증유의 국가적 재난을 맞이하여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당국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제도를 즉흥적으로 제기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려했다는 정책치고는 너무나도 허술하고 문제가 많다. 우선 '무증상 인증제'와 '무감염 인증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무증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주관적인 표현인데,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무감염 인증제'도 바이러스 감염이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현행 RT-PCT 방식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9%인데, 검사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1%의 검사 오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즉, 10만 명을 검사했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데도 검사상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1천 명이나 된다. 이 중에 실제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무감염 인증을 거쳐 외국을 방문하는 경우, 감염원이 될 수도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마스크 배급제' 혹은 '마스크 5부제'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2만4천 개 약국 대부분이 약사 1, 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250장 정도의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하여 약 125명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신분증을 확인해야 하고,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약국 간 정보망인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와 요양기관 업무 포털까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 이용자가 폭주하여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약사들은 이러한 수고 말고도 대기자들에 대한 관리와 질서 유지 등의 업무까지 감안하면 복약 지도와 약품 조제 업무는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환자들이 정확한 복약 지도를 받지 못해 부작용이 야기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환자의 복약 정보와 주민등록번호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본인 여부 확인이 가능한 전국의 무인 인터넷 민원 발급기가 4천160대 있고,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본인 인증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개인이 직접 접속하여 본인 인증 후 마스크 구입 쿠폰을 발급받아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사무소, 보건소, 은행, 우체국 등에서 편한 시간에 구입할 수 있다.

전국의 동사무소는 약 2천700곳이 있고, 전국의 보건소 254곳, 보건지소 1천332곳, 보건진료소 1천905곳이 있다. 이들 국가 시설과 공무원들을 활용하여 마스크를 배부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다. 국민들은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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