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방이 나의 오감을 통해 나의 인식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평범한 크기의 공간이고 이 정도로 편안하고 충분하다. 그러기에 내가 있는 공간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이 글을 써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남쪽으로 난 큰 창밖에서 햇빛이 들어오고 있고 바깥 풍경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있고 여느 때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가까이에 단독주택들이 이리저리 놓여 있고 높이가 상당한 아파트들이 보인다. 저 멀리 산들이 줄지어 이어지고 그 뒤에도 첩첩이 포개진 모습까지 보이기도 한다.
내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감각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 아직까지 미각과 후각이 동원될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 여기까지가 내 오감의 세계가 감지하는 외부 세계다. 나는 이들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 정도의 인식만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살아온 삶과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이 있어서 오감의 세계를 넘어서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모습들을 떠올릴 수 있고 여행을 통해 본 지구촌의 여러 모습들도 떠올릴 수 있다. 오랜 기간 살았던 오스트리아와 수도 빈을 떠올리면 그곳이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여기서 나아가 지구 자체를 떠올릴 수도 있다. 내 책상 위에 지구본이 있어서 쉽게 떠올릴 수 있기도 하고, 그동안 본 많은 자료들을 통해 기억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을 생각할 수 있고 밤하늘에서 본 다섯 행성들과 별들을 떠올릴 수 있다.
상상의 나래를 더 넓혀 자료들을 통해서 본 태양계 자체를 떠올릴 수 있고, 우리 은하 전체도 떠올릴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은하와 같이 1천억 개가 넘는 항성들로 구성된 은하를 약 4천억 개까지 망원경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인류의 공간적 인식의 범위 전체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인류가 앞으로 더 나은 망원경으로 더 넓은 공간을 인식해 낼 가능성을 생각하면 우주는 참으로 넓고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크기는 공간에 대한 나의 생각 범위에 따라 실로 다양할 수 있고, 그 한가운데 내가 있다. 이렇게 큰 우주의 중심은 지구의 중심이거나 태양의 중심 또는 우리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바로 나일 것이다. 우주의 실제적 공간은 나를 중심으로 앞뒤 좌우 아래위로 펼쳐져 나가 앞에서 언급한 만큼 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바로 나의 방과 이 주변이고, 살 수 있는 곳의 최대 크기는 지구 표면이다. 최근에 읽은 자료에 의하면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 행성은 약 4천 개인데 지구와 가장 닮은 케플러-186f로 명명된 행성은 490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달리면 490년 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알파 켄타우루스 별의 4.3광년 거리를 지금 우주선으로 가는 데 약 8만 년이 걸린다. 게다가 지구촌의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도 이 우주선이 그곳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연료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상상하고 시를 쓰는 데는 자유가 있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공간은 이렇게 큰 우주에서 지구 표면이 유일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 지속가능한 삶이 될 것인지를 절박하게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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