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10년 주기설' 은 정말 사실이 아닐까.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 다음으로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촉발됐을 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분명한 악재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 쯤이야, 10년 주기설은 폭락론자의 허튼 소리라고 콧웃음칠 수 있었다. 2020년 1월 코로나19를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10년 즈음만에 돌아온 경제위기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것이었다. IMF, 금융위기 때도 주식은 반토막 났고 기업 부도와 실업 쇼크는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없었고, 사람을 두려워하고 피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었다. 주식 장보다 골목 식당이 먼저 셔터를 내렸다. 금융보다 실물 시장이 먼저 무너졌다. 우리 공동체는 전염병(팬데믹)이라는 경험하지 못한 대환란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50일'을 막 넘긴 대구경북지역 경제는 초토화 지경이다. 국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1만명 중 80%가 대구경북에 있다. 자동차부품, 섬유 등 제조·납품 위주의 중소 업체가 많고, 자영업 비중이 높은 지역 경제는 위기 앞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난국에서 서민들이 마주하는 공포는 실직이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는 평일 잔업을 없애고 주말 공장 가동도 줄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 공장들이 셧다운하면서 납품 규모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2월 이후 일거리가 1년 전에 비해 70% 이상 감소하면서 직원을 내보내야 할 지경이다.
한 전시디자인제작업체는 두어달 더 버틴 후에 폐업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업체는 현재 직원 25명 중 80%를 쉬게 하고 있다. 올 1월 이후 코로나19로 전시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일감이 없어진 탓이다.
한 섬유가공업체는 매일 가동하던 공장을 최근 주 4일제로 전환했다. 생산직 월급이 절반으로 줄게 됐고 사무직도 격일제로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경북 산업분야별 생산액이 전년동기 대비 10% 줄 경우, 제조업 일자리는 4만2천개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액 감소가 10%에 그칠지, 더 오를지 예측조차 힘들다.
음식점·숙박업·도소매업 등 폐업 기로에 놓인 서비스업계 위기감은 말할 것도 없다.

대구고용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 동안 대구와 경북에서 사업주가 낸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7천552건으로, 1년 전 동기에 비해 50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경영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검토하면서 대형 로펌에 무급휴직과 정리해고 절차 등을 문의하는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로 볼 수 있다는 법조계 시각도 있다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실업과 폐업의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 건전성 악화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다시 경제가 회복됐을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수밖에 없다.
기업이 무너지고 가계가 넘어지면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업체를 가리지 말고 고용 유지를 돕고 자영업자가 폐업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적자 재정 부담'과 '票퓰리즘'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정부가 나서는 만큼 이왕이면 더 필요한 곳에 충분한 재원이 지원되기를 바란다. 고용유지지원금이든, 소상공인 대출금이든 우리 경제의 바닥까지 구석구석 적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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