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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방구석 1열의 위로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요즘 잘 지내냐는 안부 연락을 심심찮게 받게 된다. 한창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대구에 살고 있기도 하거니와, 공연예술 관계자들인 지인들이 코로나 덕분에 조금 한가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내 건강을 염려하는 그들에게 나는 준비하던 작품과 작업들에 대한 소식을 묻는다. 그때마다 작품이 취소될 때 주로 사용하는 소위 '엎어졌다'는 대답들을 자주 듣는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맘 한편은 묵직해진다.

21세기는 글로컬(Glocal) 시대이기에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웨스트엔드 소식도 SNS만 켜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작 뮤지컬 소식이나 업계의 동향과 최신 트렌드를 수시로 살피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소식을 접하고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다양한 매체에 팔로잉이 되어있다.

그런데 요즘 올라오는 소식들은 놀라움에 입이 벌어진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극장들이 유래 없는 셧다운(Shut Down)을 시작했고, 공연예술계 대표축제로 손꼽히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조차 올해 축제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또 1947년 시작되어 한 해도 거른 적 없는 토니어워즈도 기약 없는 연기를 결정했다.

9.11사태에도 추모를 위해 이틀 정도만 닫았던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이 한 달가량 문을 닫는 유래 없는 사태가 시작되면서 더위와 추위에도 괘념치 않고 극장 앞에 긴 줄을 이루던 씨어터 고어(Theater Goer)들과 전 세계에서 모여들던 관람객들이 자취를 감췄으니 무엇을 위해 무엇을 시상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웠을 듯하다.

이런 팬데믹 상황을 예술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예술이란 의식주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에 정말로 그 걸음을 멈춰야만 하는 것일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관계자들도 한 순간에 생존이 걸린 전선에 내몰린 것은 같은 상황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각자의 집을 온라인 무대로 삼으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또 각 극장들과 제작사들도 아카이빙 자료를 활용하여 온라인 상영회를 실시하고 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유명 프로듀서의 작품에서부터 영국의 국립극장(National Theatre)가 제작한 유수의 작품들까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유명 작품들이 공개되면서 뉴욕이나 런던의 시민뿐만 아니라 대구의 시민들도 방구석 1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뮤지컬을 포함한 공연은 '산업'이기에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주 전만 해도 유료로 판매되던 작품들을 온라인 상영회에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어쩔 수 없는 고립생활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는 없으니까.

벌써 봄의 끝자락에 만난다는 라일락이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겨울과 봄을 지나온 긴 고립의 여정들이 '방구석 1열'에서 만나는 뮤지컬 한 편으로 말미암아 작은 위로를 얻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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