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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뉴노멀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요즘 코로나 이후의 세계나 '뉴노멀'(New Normal)과 같은 용어가 화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대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현대 인류에게 준 충격이 크다는 의미다.

원래 경제학 용어인 뉴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된 표준을 뜻한다.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의 결과로 만들어진 새 질서를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허약한 질병 대응력이나 경제위기, 양극화, 정치사회적 갈등은 21세기 뉴노멀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 새 표준은 인간 문명의 본질인 정치·사회구조나 가치·인식의 변화, 질서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역사 이래 인류 문명을 뒤흔든 핵심 요소로 무기와 병균, 금속을 꼽았다. 코로나19가 소환한 뉴노멀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저서 '총, 균, 쇠'에서 '농경의 발생이 세균들에게 큰 행운이라면 도시의 발생은 더 큰 행운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간 문명과 세균의 생존·진화의 맥이 같다는 말이다.

'독하고 고약한' 바이러스로 불리는 코로나19가 단지 백해무익한 병균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물의 입장에서 질병을 보면 병균도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코로나19가 '지구의 백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도시가 봉쇄되고 경제 활동이 중단되자 세계 곳곳에서 맑은 하늘이 드러나고 야생동물이 인간의 거주지에 발을 내딛는 등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간은 지구에게 어떤 존재일까' 스스로 되묻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 인간은 자신만의 성벽을 쌓고 자연과 다른 생명체를 배제한 채 살아가는 유일한 생물종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뉴노멀을 촉발한 것은 코로나19가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변화의 동력이자 토양이다. 뉴노멀이 인류에게 축복이 되도록 인간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뉴노멀은 노멀의 복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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