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생각에 마음이 힘들어도 오늘도 힘을 냅니다. 손을 뻗치면 친구가 있습니다.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타향살이는 힘들고 외롭다. 그럴 때면 유독 더 생각하는 곳이 고향이다. 타향살이 출향인의 망향가(望鄕歌)는 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특히 1천 번 가까운 침략을 당한 터라 이산의 상흔이 나라 산천 곳곳에 절절히 배인 한국 아닌가. 그런 까닭에 망향의 정서를 담은 애조의 노래와 이야기는 차고 넘칠 만큼이다.
태어난 곳을 떠난 이방인도 다르지 않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처럼 국경을 잇는 뭍길에다 물길과 하늘길까지 막힌 지구촌 비상 상황을 맞아 타국 땅에 뿌리내린 외국인이 고향 땅은 물론, 부모 형제를 그리고 걱정하는 마음은 오죽할까. 망향가 한 자락에 서로를 달랠 뿐 달려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냥 있을 수만도 없다. 그리 될 일도 아니지만.
그래서 각자 머문 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건반을 쳤다. 이런 각자의 모습을 조각 영상에 담아 엮어 지난달 27일 합성해 나눠 들으며 서로를 위로하며 코로나에 버텼다. 대구경북 낯선 땅에서 '때때로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가사처럼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찬송가에 미리 지은 노랫말을 붙인 이 영상의 제작자는 대구경북 일본 여성들로 꾸린 '이코이(憩い)합창단'이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모여 합창단을 만들어 현재 11명이 뛰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로 고향을 찾지 못한 스스로와 서로 갇힌 대구경북 이웃에게 몸과 마음의 휴식을 주고자 만들었으니 고마울 뿐이다.
대구에 민간 일본인이 첫발을 내디딘 1893년 이래, 숱한 일본인이 대구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처럼 괴질로 고향 가는 하늘, 땅, 바닷길 모두 막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슬픈 시절도 있었을까. 궁(窮)하면 통(通)하기 마련. 이번 영상물은 바로 그런 결과였다.
주변 지인들과 공유한 1분37초짜리 짧은 망향의 영상은 시청자 마음을 녹이고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가 손을 뻗치면 친구가 되고, 혼자가 아님을 확인케 한 영상이다. 갈등의 오랜 역사 속 아픔을 넘어 대구경북 삶터에서 서로 기대고 비빌 언덕이 되려는 그들 바람이 현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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