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국면에 처한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반면 주정부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그간 우위에 있던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의 균형이 뒤집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주정부가 주로 부차적인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연방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주정부가 주도적 역할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WP는 미국 메릴랜드주가 지난달 18일 한국산 코로나19 진단도구를 공수할 때 이를 연방정부로부터 탈취당하지 않기 위해 공항에 주방위군과 주경찰을 배치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래리 호건 주지사는 연방정부의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 항공기의 도착지도 바꿀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워 대응했으며 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에 긴밀하게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긴장과 균열이 상당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건국 당시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동시에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데도 중점을 뒀으며 이는 미국의 국가 운영에 있어 핵심적 요소가 돼 왔다. 연방주의에 따라 각 주에 재량권이 상당했기 때문에 천차만별의 제도가 등장했으며 남부지역의 인종차별 역사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의 권한이 약해지고 연방정부의 힘이 커졌다. 연방정부가 주들 사이의 통상을 규제할 수 있게 한 헌법 조항이 근거가 됐다. 특히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으로 대공황 대응 전면에 나서면서 연방정부의 권한이 한층 강화됐고 이러한 기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연방정부가 각 주에 필요한 의료장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사이 메릴랜드주가 독자적으로 한국 측과의 협상에 나서 코로나19 진단도구를 확보하는 등 주정부의 독립적 역할이 두드러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내놓고 주지사들을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살균제 주입법'이라는 충격적 방식까지 제안하면서 혼란을 키운 탓도 컸다. WP는 "올봄 주정부가 전국적 수준의 결함을 메우는 데 나서게 되면서 권한의 균형이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연방정부에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리더십이 거의 없다"면서 "위기를 맞았던 과거 대통령 모두는 연방정부의 중요성과 권한이 나라를 승리를 향한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 지금 대통령한테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주정부의 권한이 연방정부에 비해 제한적이라 코로나19 같은 위기에서는 연방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상황이다. 민간에 전략물자 생산을 지시할 수 있는 국방물자생산법 발동 같은 건 연방정부의 권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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