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조(山口組) 두목이 '싸움 금지와 외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은밀한 장소에 모여 세력을 과시하고 다른 조직과의 대결이 일상인 야쿠자에 이 같은 비상조치는 존재의 부정이나 다름없다. 때로는 목숨을 건 유혈전도 불사하는 폭력 조직의 냉혈한들도 코로나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야쿠자 조직의 최우선 목표가 '세력 확장'이 아닌 '건강 사수'로 바뀐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는 동서양 문화에 대한 편견과 선진국에 대한 인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과 대만 등이 코로나 방역과 차단에 비교적 선전한 사례를 남긴 데 반해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일본 등 일류 국가들이 바이러스의 침투에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렇다. 코로나19는 지구촌 인류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 대표적인 양상이 마스크의 화려한 등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민낯 실종'의 세상을 살고 있다. 코로나가 세계인의 얼굴을 가려 버렸다. 두 눈만 보고 누구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마스크 천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통령도 마스크를 쓰고 노숙자도 마스크를 쓴다. 지구촌이 하나의 거대한 가면무도회장이 된 듯하다. 복면강도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환자와 닌자(忍者)가 따로 없다.
남자는 애써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되고 여자는 굳이 성형수술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마스크가 일상화된다면 머잖아 값비싼 기능성 패션 마스크가 사람의 귀천을 가름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스크 시대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비접촉 문화 정착은 사회의 전반적인 풍속도와 직장 및 가정생활에도 일대 변화를 초래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학교와 종교시설의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코로나신(神)이 묵언수행이라도 명한 듯하다. 코로나는 인류에게 그동안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했다. 자숙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코로나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의 교훈을 잊고 또 이기와 탐욕에 집착한다면 더 독한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다. 그때는 마스크가 아닌 방독면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