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설립된 경북 영천의 '조흔 와이너리'는 직접 기른 포도로 와인을 생산한다. 영천 토박이인 서광복 대표는 서울, 포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08년 43살 나이에 귀농을 결심했다.
서 대표는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속 이곳에서 포도 농사를 지어왔다"며 "포도로 부가가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하던 차에 영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와인 수업을 듣고 2009년부터 와인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와인을 만드는 길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9시까지 농사일을 하고 밤새 와인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봤다는 서 대표는 20여 가지가 넘는 양조용 포도를 모두 실험해오다 2016년에 마침내 이탈리아 '아파시멘토'(Appassimento) 제조 방법으로 만든 프리미엄 와인 '홀스타(별 헤는 말)' 시리즈를 생산했다. 처음 와인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지 7년 만의 일이다.
아파시멘토란 가을에 수확한 포도를 겨울에 저온 건조해서 만드는 와인 제조 방법을 말한다.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베세토 지방에서 유래했으며 이탈리아에선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을 '아마로네'(Amarone) 와인이라고 부른다. 서 대표가 만든 와인도 이탈리아 아마로네 와인처럼 그동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깊은 향과 묵직한 바디감을 자랑한다.
서 대표는 "초기에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농장에 한 차례 불이 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인위적인 맛이 아닌 자연 발효된 상태에서 순수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햇빛을 자랑하는 영천은 한국 와인의 숨은 고수들이 많은 곳이다. 특히 보현산과 운주산 자락은 프랑스의 보르도에 비견될 만큼 최적의 와인 생산지로 꼽힌다. 영천에는 현재에도 약 20개의 와이너리가 활동하고 있으며, 서 대표의 와이너리에는 매년 500~600명의 관광객이 와인 체험 투어를 온다.
그러나 아직 한국 와인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와인의 대중화로 일상적으로 와인을 즐기는 문화도 형성됐지만 거대 주류회사의 마케팅이 소비 흐름과 와인 가격을 크게 좌우한다. 국내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마케팅, 가격 경쟁,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서 대표가 꾸준히 와인을 생산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장인정신 때문이다.
서 대표는 "길게 보면 수천 년에 달한다는 프랑스 와인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한국 와인은 이제 눈을 뜨는 단계"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지는 게 와인의 매력이다. 힘이 닿는 한 진심을 담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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