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만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TK 출신이 보수당 전면에 나서니 더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낯빛이 밝지 않았다. 최근 행보에 대한 호평은 이어지지만, 여당과의 원 구성 협상이 꼬일대로 꼬여 있기 때문이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주 원내대표를 앉혀놓고 정국과 지역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Q. 원내대표 취임 후 광주와 경남 양산에서의 행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 우리 당 출신 대통령 임기 중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국립묘지 승격도 이뤄졌다. 모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이룬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당 대표는 광주를 가기는 갔는데 가서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인정 못 하면 차라리 가지를 말았어야 했다. 저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갔으면, 흔쾌히 함께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Q. 더불어민주당이 윤미향 의원 엄호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 윤 의원의 자진사퇴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이 사안의 문제는 첫째 시민단체가 겉으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하고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자기 장사를 위해 할머니들을 이용한 것이다. 둘째, 국민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고자 하는 애틋한 마음으로 기부를 했는데 시민단체가 재정을 투명하지 않게 쓴 것이다. 세 번째 나쁜 것은 민주당이 윤미향 의원을 옹호하면서 할머니를 매도하는 것이다. 소위 엎어치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동 때도 그랬다. 민주당 정권의 이런 실체를 국민들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
Q. 여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심카드를 만지작거린다.
- 대한민국 사법질서를 완전히 흔드는 일이다. 3심 제도 등 헌법 체계에 따라 확정된 판결을 번복하려면 재심절차 밖에 없다. 재심이 아닌 방법으로 번복하면 법적 안정성이 완전히 무너진다. 그런 점에서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일각에서는 사면 분위기 조성용 재심카드라는 이야기도 있다.
Q.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운영 전면에 나섰다. 당 쇄신 과정에서 핵심 지지층을 배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 강도 높은 말씀은 하시긴 했는데 구체적인 좌 클릭 정책이 나온 것은 없다. 본인도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좌다 우다', '보수다 진보다' 이런 말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용 중도, 그러니까 무엇이 많은 국민이 원하고 많은 국민에게 유리한가를 생각하면 된다. 바뀐 상황에 적응해 가는 것도 보수의 가치다. 의료보험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이다. 몇 십년 전에서 그 제도가 얼마나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정책이었나.
기존 우리당 핵심지지자가 지지하는 가치를 국민 전체가 받아주지 않으면, 국민 전체가 받아주는 쪽으로 옮기는 것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Q. 당내에서 탈(脫) 영남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아닌가?
- 전혀 그렇지 않다.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당 정책 중에 영남 정서를 버린 것이 뭐가 있느냐! 없다. 내가 대구 출신이다. 비서실장도 경북 출신이다. 어느 지역을 배제하거나 더 중시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가 호남에 얼마나 소홀했나. 호남에 신경 쓰는 것이 영남에 소홀한 것은 아니지 않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돈이 대구 사람이다. 다만 꼴통보수 행태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계신 것 같다.
Q.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다. 거대 여당에 맞설 전략은?
- 일단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국회 문을 열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국민들 가운데 대다수는 여당의 오만함을 우려하고 있다. 여야 합의 없이는 본회의를 열수 없도록 한 국회법 규정을 지렛대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울러 협상장에서 얼굴을 마주할 여당 원내지도부가 언론을 상대로 야당을 겁박하는 모양새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한다.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나눈 '협치'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모양이다. 행여 여권이 생각하는 협치는 나중에 '협의는 했노라!'라는 증표를 남기는 수준이 아닌지 의심한다. 야당이 협치의 상대가 아니라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된다.
Q.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공천에 불복하고 탈당해 총선에서 당선된 중진들의 복당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당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중론이 빨리 형성되길 기대한다. 최근 의원총회에서는 '모두 당의 소중한 자원들인데 서둘러 복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의 지도체제가 안정된 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당의 의견이 한쪽으로 모이면 결정을 내리기 쉬울텐데 지금은 각각의 의견이 팽팽한 상태로 보인다. 당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해지는 즈음에 그 분들이 복당신청을 해줘야 분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오랜만에 지역 국회의원이 보수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 등 지역의 숙원사업에 도움 요청이 많을텐데?
- 지역 현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들이 모두 우리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시라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당은 물론 시도당 차원에서도 중재·조율 역할을 하겠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선 사전준비가 치밀하지 못 했다. 자치단체장이 신청하지 않으면 사업이 중단되는 구조에서 왜 주민투표를 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애초 신청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다. 대구 취수원 이전과 관련해선 우리 지역 단체장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말에 의하면 대구경북이 통합을 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많겠지만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지역 현안이나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지역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Q.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미래통합당의 차기 대권주자를 40대에서 찾고 있는데?
- 어려운 일이다. 외국의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에도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여건이 좀 다르다. 우리가 따라하려는 서유럽 젊은 지도자들의 경우 생물학적 나이는 40대지만 정치경험은 20년이 넘는 인사들이다. 성인이 될 때부터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정치를 연마한 분들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15년에서 20년 가량의 정치경험은 필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0대에 정치입문하는 분들도 거의 없다. 이런 환경에서 40대 대선후보는 '경험 없는 후보'일 수밖에 없다.
Q. 원내대표 이후 정치적 진로에 대한 구상은?
- 지난 4·15 총선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를 이기는 사람은 뭘 해야 하겠느냐!"라는 말을 했는데, 이후 언론에서 대권주자로 대접해 주더라. 그런데 지금은 원내대표 잘 하기도 너무 숨 가쁘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원내대표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집중하겠다.
Q. 제21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선배로서 조언을 하신다면?
- 너무 지역에만 집착하지 말고 나라 생각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큰 꿈과 정치적 포부를 키우시길 바란다. 그동안 꾸준히 해 온 주장인데 대구경북에서도 30대와 40대 국회의원을 꾸준히 배출할 필요가 있다. 경험과 내공을 쌓은 인재들이 많아야 국가지도자도 배출할 수 있다. 대구경북의 초선 연령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좋은 표현이긴 한데 정치인에게는 성장하는데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국회 보좌관 또는 지방의회 출신 등 정치훈련이 된 신인들이 국회로 많이 올 필요가 있다. 의정활동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할 때부터 지역의 정치적 재목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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