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여러모로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다. 현대 문명사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미증유 변화상을 곳곳에서 이끌어내고 있다. 요즘 국내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기본소득'(Basic Income) 논쟁도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폭발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은 진보 정치세력의 전유물 성격의 어젠다(의제)였는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빵 한 조각'(물질적 자유론)을 하늘로 쏘아 올리며 사회 담론의 한복판에다 올려놨다. 기본소득 의제를 보수 야당에 선점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진보 진영 대권 주자들이 경쟁에 가세해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사실 '복지'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아닐 수도 있다. 현대의 상당수 복지정책은 서구 보수 정당들에 의해 고안됐다. 싫든 좋든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고 봐야 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를 좌우할 핵심 의제가 되는 것도 거의 확실해 보인다.
기본소득제는 핵폭탄급 의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길 국민들을 구원할 수도 있지만, 재정난을 야기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려 나라를 주저앉힐 수도 있다. 우리 국민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187조원이 들고, 60만원이면 374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 예산의 37%, 75%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재원인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한 기본소득제는 시혜성 정책 차원을 넘어 복지 체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너무 크기에 경제적 관점의 정책으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있다. 기본소득제 추진을 위해서는 세금 및 기존 복지제도의 전면적 개편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은 이 때문이다.
기본소득제는 핀란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실험을 했다가 실패했고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된 바 있다. 기본소득 전면 실시는 전인미답의 영역인데 북유럽 복지사회 국가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너무 앞서 나가려는 듯한 인상이다. 지금이 기본소득제를 논의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적 토론과 숙의는 필요하지만 기본소득이 대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