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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피는 물보다 빨갛다/ 박기성 작품집/ 도서출판 미루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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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인생의 변곡점 한두 개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심하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평탄하다고 치더라고 계곡을 잇는 출렁다리를 건너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은이도 미국 캐나다 이민생활 중 40대를 앞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10대 시절부터 병처럼 앓아온 텍스트 중독증은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체험을 토대로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습작하던 글을 쇼셜 커뮤니티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소통했고 월간지에 정기적인 기고도 했다. 책은 그간 모아둔 1천여 편의 글 중 선별해서 이번 작품집으로 묶었다.

소설, 콩트, 수필, 여행기를 이 한 권에 모두 담아 뷔페식으로 차린 것이다. 장르마다 감칠맛나는 글은 소재의 다양성과 시점, 기교가 뛰어나다. 하나의 장르에 도전하기도 쉽지 않거늘 지은이는 4장르의 글을 썼고 완성도도 상당하다.

대구 출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로 대표되며 14년간 캐나다 이민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 온 특별한 인생 이력이 말해주듯, 글이란 상당할 정도의 고통과 삶에 대한 성찰이 없이는 떡가래 빼듯 나오는 게 아니다. 느지막이 닥친 삶의 굴곡이 그에게 패배감과 함께 쓰라린 삶의 이력서, 즉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는 텍스트 중독증에 걸렸고 증상은 고3 무렵 더욱 심해져 집안에서 운영하던 사우나 수부실에서 상당 금액 편취해 책값으로 썼노라고 고백했다. 그때 얻은 자산이 막장 같은 내리막 인생에서 '글'이라는 탈출구를 찾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온 지 8년째. 대구에서 제법 규모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지은이는 현재 10가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그것을 실천하는 소소한 행복을 누려가는 중이다. 책내기는 그의 세 번째 줄에 적혀있었다.

특히 소설편에 있는 '천상일기'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천상에서 지상의 자녀들에게 자신의 일생을 추억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격동기를 살아온 여성으로 지은이의 어머니가 모티브가 됐다. 섬세하고 리얼한 묘사가 도드라진다. 39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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