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륙한 지 6개월이 넘어섰지만 당초 기대했던 바와 달리 바이러스는 전혀 숙지지 않고 있다.
22일 기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7만8천512명으로 매일 새로운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나 싶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수십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중이다. 가을을 앞두고 환절기 2차 대유행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을 논했다.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가 일상이 되는 디지털 사회, 돌연변이가 지속되면서 상시적인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돼 있는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베네치아 등 세계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자연환경이 다시 회복되는 기적 같은 광경을 보며 코로나19의 원인이 무엇이든 우리 인간이 파괴한 생태계와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역풍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그린 뉴딜'과 '데이터 뉴딜'은 이런 코로나19로 야기된 위협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한 데다, 핵심마저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가장 시급한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에 대한 대처 방안이 빠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코로나19 대확산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살신성인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갈아 넣어 겨우 막아 낸 것이나 다름없다.
의료진들은 "이런 위기 상황이 또다시 닥친다면 반복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감염병의 대유행이 상시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세계 최고의 한국 의료 체계'라는 자화자찬에 도취돼 있을 일이 아니라 지난 3월 대구의 사례처럼 의료 체계 붕괴를 막을 대책부터 고민해야 한다.
돌봄에 대한 대처 방안도 빠져 있다. 코로나19로 복지시설과 학교, 유치원 등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과 노인, 장애인에 대한 돌봄은 고스란히 각 가정이 책임져야 했다. 갑자기 닥친 돌발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돌봄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감염병이 창궐해 온 나라가 '일시 멈춤' 상태가 될 때는 과연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회용 사용이 다시 급증하면서 지구 환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있는 점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개인마다 하루 한 장씩 소비하는 일회용 마스크 폐기물,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등장한 카페 일회용 컵에 대한 정책적 고민은 없다.
그나마 친환경을 내세운 '그린 뉴딜' 계획도 앞으로 인류 생존에 더욱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기후 문제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전략 없이 기존 친환경 사업의 나열에 그치고 있는 데다, 대기업의 전기·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와 같은 산업적 측면이 더 강조되면서 정작 생태계 파괴를 막을 대응책이 되지 못한다. 친기업·시장 중심 정책, 기술 관료주의에 바탕을 둔 성장주의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어는 같지만 유럽연합의 그린딜 정책은 농업과 생물 다양성 회복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온실가스 저감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뉴노멀'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 시작돼야 한다. 물론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기 부양 정책은 시급하고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와 불평등 위기 대응을 위해 사회·경제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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