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협치' 실험 한 달…홍의락 "제2 공공기관 유치 밀어붙이겠다"

'이 기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접근 방식으로 의견 수렴해야
권영진 대구시장도 부담 줄어…'케미' 기대
기능 상실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정상화 과제

다음 달 1일 취임 한 달을 맞은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한 달간의 소회와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다음 달 1일 취임 한 달을 맞은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한 달간의 소회와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여야'가 손을 맞잡은 협치 실험이 한 달을 맞았다. 방대한 시정 업무를 파악하느라 여전히 정신이 없다는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진단한 그는 정부 여당과의 소통 채널과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선 자신감을 보였다. 홍 부시장과의 인터뷰는 29일 오후 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경제부시장으로 보낸 지난 한 달 어땠는지 궁금하다. 주변에서 시청 조직에 잘 녹아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많았다고 들었다.

▶지금도 계속 업무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회사 경영을 오랫동안 해봤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시청 조직에는 녹아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이 해놓은 대로 그대로 따라가면 내가 온 이유가 없다. 계속 질문을 해보면서 새롭게 접근할 방법을 찾고 있다.

- 부시장으로서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닌다. 대구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와서 현안에 대해 고민한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위해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데 아이디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강명 정무특보, 전재문 대외협력특보와도 얼마 전 처음으로 점심을 함께하면서 이런 고민을 나눴다. 내가 생각하는 대응 전략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고민하고 있다.

-직원들과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

▶부시장이 나서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직원들은 오로지 그것만 하게 된다. 그런 지시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국장들과는 어제 처음으로 소주 한잔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관계도 관심사다. 두 분의 '케미'(화학작용)가 기대된다.

▶협치 모델을 구성하고 나서 권 시장의 부담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내가 오고 나선 본인이 더 관심을 가지는 현안인 공항과 취수원 문제에 더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자주는 못 보지만 만나면 서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웃으면서 헤어진다.

-협치의 성공 모델이 경제 활력을 넘어, 그동안 훼손된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신 적이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진전이 있었는지 평가를 하자면?

▶아직 성과라 말하긴 어렵지만 대구가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는 등 보이지 않은 효과들은 있었던 것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시청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낼 수 있도록 개방적인 자세로 소통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대구시민들도 협치 모델에 대한 자신감,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22일 처음으로 시정 질의에 나서면서 섬유, 안경, 자동차 부품 등 전통산업의 구조 전환, 미래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대구는 제조업 중심도시다. 여기에 대한 자부심과 제조업 간의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구조 전환이 되어야 한다. 또 구조 전환이 되려면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기업과 기업인들이 모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형성하는 과정이 구조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시가 지원해서 극복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래산업에 대해서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서 특화해야 한다.

-취임 보름을 맞은 시점에는 지역 현안으로 한국게이츠 문제와 수산물도매시장 문제를 꼽았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최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이사회에 참석했다. DIP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2~3년 동안 신규 사업을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고, 연구와 R&D 기능도 상실했다. 대구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에 대해 전략을 세우고 대응을 해야 하는데, DIP가 기능을 못 해서 걱정이다.

-긴급생계자금과 관련해서 논란이 많았다. 2차 지급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빚어진 논란과 2차 지원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 바란다.

▶대구가 코로나19 입은 상처는 아직도 치유가 안 됐다. 그 깊이와 강도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2차 생계자금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지만 광범위하게 피해를 본 대구는 위로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1차 지급 때는 더 피해를 본 사람을 골라서 더 주겠다는 생각에 더 잘하려 하다가 부족한 점이 생겼다. 그렇게 이해를 해주시길 바란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대구시와 민주당의 예산정책협의회 참석하셨다. 당내 반응은 어땠나? 시장과 당이 다르다는 게 잘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주변에선 민주당이 대구를 대하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다.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대구를 대하는 태도는 똑같다. 당적 때문에 생각이 다를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은 자기 목적과 이익을 위해 구분 짓기를 시도한다. 대구를 위해, 대의를 위해서 뭔가 하겠다는 사람들은 그런 걸 느낄 새도 없다.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홍의락 경제부시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DB
지난 1일 열린 취임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홍의락 경제부시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DB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활발하다. 권 시장은 대법원과 헌재를 대구로 옮기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제2 공공기관 유치 등을 비롯해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충청도 이남 지역에 대해서도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차원에서 사법수도 이야기가 나온 거라고 본다. 행정수도 이전은 우리나라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대구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 내부적으로 어떤 기관이 올 수 있을지 계속 평가를 하는데, 평가할 게 아니라 이 기관은 반드시 와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언론과 민간에서도 이 기관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주길 바란다.

-남다른 유치전략이라도 있나?

▶국회 있을 때 더불어민주당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공공기관이전분과위원장을 지냈다. 그 안에 어떤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TF장을 맡게 된 우원식 의원에게도 '대구를 잊지 마라'는 당부를 했다. 어떤 기관이 필요할지 정해지면 밀어붙이겠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갈 전략이 있다면?

▶대구는 정말 극복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준비됐느냐는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 대구경제는 근육이 풀린 상태다. 힘을 줘도 근육에 힘이 모이질 않는다. 근육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근육을 만들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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