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연안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초대형 폭발 참사가 일어나 100명 이상이 숨지고 4천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상태가 위중한 부상자가 많아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참사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별도의 안전장치없이 장기간 대량으로 적재됐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후 6시쯤 베이루트 항구에서 두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두 번째 폭발이 훨씬 더 강력했다. 10km 떨어진 빌딩의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였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규모 4.5의 지진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추정했다. 레바논에서 최소 160km 떨어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키프로스 매체들이 전했다.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흰 구름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상승기류를 타고 버섯 모양으로 하늘로 치솟았고, 검은 연기는 이웃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번졌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베이루트에 2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디아브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천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화학물질 관리 사고에 무게를 두는 뉘앙스이나 질산암모늄 보관 사실을 알고 있는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도 사용된다. 지난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폭발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많게는 2천~3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은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장성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말했다.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재판소의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친서방 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은 경제 위기가 심각한 레바논의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레바논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계 마론파 등 18개 종파가 얽혀있는 '모자이크 국가'이며 종파 간 갈등이 심해 지난 15년간 폭발 공격만 13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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