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과상자 수수료 마찰…안동농협 공판장 경매 무산

출하된 아오리 판매 못한 채 쌓여
"임대업체-중도매인 제 몫 챙기기, 농가들 볼모로 볼쌍사납다" 비판

17일 연휴가 끝나고 개장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사과상자 사용 수수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17일 연휴가 끝나고 개장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사과상자 사용 수수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불매 딱지'가 나붙는 등 사상 초유의 경매 무산 사태가 빚어졌다. 엄재진 기자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사과상자 사용료를 둘러싸고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 사이의 입장차로 인해 개장 이래 처음 경매 무산 사태가 빚어졌다.

17일 경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가들이 출하한 여름 사과는 판매되지 못한 채 공판장에 쌓여 있다. 일부 농가는 다른 공판장에 내다 팔기 위해 분주히 돌아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과의 경우 생산농가가 수확해 자신들의 상자에 무작위로 담아 공판장에 출하하면 공판장에서 별도 선별작업을 거쳐 농협이 제작한 규격상자에 담아 경매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 규격상자 사용 수수료이다.

농협이 지난해 입찰을 통해 위탁업체와 맺은 계약서에는 20kg들이 사과상자 1개당 농민들은 100원, 중도매인들은 1개월까지는 150원(이후 보름마다 150원씩) 부담하는 것으로 명기돼 있다. 특히 중도매인들이 사과상자를 3개월 내 반납하지 않으면 상자 임대업체는 사실상 중도매인들이 상자를 매입하는 것으로 간주해 당초에 받은 보증금 4천원을 돌려주지 않도록 했다.

중도매인들은 "사용자인 중도매인들 의견도 듣지 않은 일방적 수수료 계약"이라며 "다른 청과업체는 1개월이 지나도 추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자 임대업체는 "농협과 입찰계약을 하면서 수억원의 상자 보증금을 부담했고, 상자 1개당 추가 수수료없이 중도매인들이 장기간 상자를 창고에 쌓아 둬 운영 부담이 만만찮다"는 입장이다.

안동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이 운영하던 상자 임대를 중도매인들의 요구로 농협이 구매해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중도매인들이 상자를 저온창고에 쌓아두면서 지난 1월 8만 개를 추가 제작했고 오는 10월에도 추가 제작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안동농협이 전수조사한 결과 중도매인들이 3개월 내에 반납하지 않은 수량은 15만 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위탁업체 측은 기한 내 반납하지 않은 중도매인들에게 상자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최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안동농협 측은 상자 임대업체와 중도매인협회에 조속한 수수료 협의 완료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선 인근 안동청과에서 20kg들이 1상자에 7만~8만원에 낙찰된 여름사과 아오리 품종을 중도매인들이 1만원에 응찰,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상자마다 '불매 딱지'가 나붙었다. 사과 생산농 권영환 씨는 "농협이나 임대사업자, 중도매인들이 농민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고 있다. 수확철 사과는 하루하루가 가격 경쟁인데 농산물을 볼모로 한 이익 챙기기는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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