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코앞에 38층이 웬 말이냐", "햇볕 없이 못살겠다!"
18일 오전 11시 대구 수성구청 앞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든 40여 명의 주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황금동 A아파트 입주민들로 꾸려진 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에 이어 이날 두번째 집회를 열고, 정남향에 들어설 예정인 38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을 반대했다.
이격거리가 4m에 불과한데 38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9층 규모의 A아파트 일조권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피해대책위원회 측은 "행정기관은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고층 건물 건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조 확보, 주거 환경 주요 요소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건축 민원 10건 중 7건은 일조권 침해와 관련됐다. 지난해 대구시에 접수된 건축 관련 민원 발생건수는 1천163건으로 2018년(109건)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867건(74.5%)은 일조권 침해가 차지했는데, 도로·교통(156건), 공사장 관리(51건)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건축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 26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이 예고되면서 뒤편 주택단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축 건물과 주택단지가 10m도 채 떨어져있지 않아 완공시 일조권 침해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공사시에는 소음·진동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것.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달서구 감삼동에 45층 이상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4개동에 대한 건축 허가가 진행되자 기존에 있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과 조망권,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며 달서구청과 대구시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건축허가가 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그만큼 일조 확보는 주거 환경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황금동 A아파트 주민 B씨는 "일조 확보는 기본 복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생활 이익으로서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법률상 거주지 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 또는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축법 개정되지 않는 한 분쟁 지속
이러한 반발 속에서도 대구시내 고층 건물 건축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거복합뿐 아니라 공동주택 건물이 많이 올라가도 40층 정도였는데, 요즘은 거의 45층 이상"이라며 "그렇다 보니 기존에 있던 주변 아파트나 주택에서 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했다.
일조권 분쟁이 이어지자 대구시는 지난달부터 건축심의에서 일조 침해 영향 검토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구시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 중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에 대해 시행사의 일조 시뮬레이션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단지 외부 일조율이 80%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는 게 골자다.
대구시 관계자는 "관련 법령으로는 일조 장애 등 민원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해 구체적인 일조 권고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인천은 내부 일조율 70% 이상, 광주·전남은 80%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 대전, 울산 등은 일조 권고 기준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방침이 확정된 6월 18일 이후 건축심의 신청분부터 적용하기로 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갈등은 당분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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