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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대구는 언택트 시대, 온택트 도시다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코로나 재확산 소식은 기운이 빠지고 우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난봄에는 처음 겪어보는 생존 위협이라 집 안에서 몇 주만 잘 버티면 끝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당시에도 지난 백 년간 인류를 덮친 팬데믹 통계에 따르면, 3차에 걸친 재확산이 있을 거라는 경고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경제적인 걱정이 겹쳐 더 시름이 깊다. 코로나가 또 시작한다니 뭘 먹고 사나?

대구영상미디어센터도 9월 5일까지 휴관에 들어갔다. 센터는 다중이용시설이긴 하지만 고위험 시설이 아니라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는 수준에서 운영을 계속하려고 했다. 그런데 공공시설은 모두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의 방침과 빠르게 차단벽을 만들어 조기에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논의 끝에 2주간 휴관을 결정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고 안정세를 찾는데 1년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그 사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는 이미 2천508명의 인원 감축을 했고, 지난주부터 국내 여행사들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힘든 시기다. 사실 팬데믹 쇼크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힘든 시기다. 이 힘든 시기 삶의 방향을 모르고 허둥대다가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 코로나19가 변화시킬 시대를 잘 읽어내야 한다.

팬데믹 시대에 많은 기업이 파산했고, 반대로 또 많은 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양극화의 중심 키워드는 언택트와 디지털이다. 세계 경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언택트 시대를 준비 중이다. 언택트 사회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회사는 IT 플랫폼 기업들이다. 언택트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은 플랫폼 경제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에 도래할 사회는 비대면인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문명사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회 경제적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은 디지털에 있다. 인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할 수 있었고, 디지털을 통해 생계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지금까지의 아날로그 사업도 디지털로 '연결'해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언택트 환경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건 콘텐츠 문화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 공감을 얻는 콘텐츠는 공간과 언어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나의 콘텐츠는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나의 콘텐츠를 디지털 세계로 합류시킬 수 있는 디지털 구사 능력을 익혀야 할 시기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오지 않는다. 대구가 디지털 시대라는 새로운 문명에 잘 적응해나간다면 앞으로 30년은 힘차게 발전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실패해 디지털 사회에 '온택트' 되지 못한다면 새로운 문명에 도태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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