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코로나19 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이 심상찮다. 2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71명. 최근 2주간 확진자는 4천명을 넘어섰다. 확산 양상에서 특이할 점은 '깜깜이 집단감염'이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1, 2명이 아니다. 한 번에 여러 명이 감염된 사례도 나타난다. 아파트, 목욕탕, 학교, 직장 등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특정 교회를 중심으로 보이던 확산세는 외부 접촉이 잦은 공간으로 바뀌었고, 접촉 빈도가 많은 이들이 중간 전파자로 떠올랐다. 신천지교인, 대구경북으로 한정됐던 3,4월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세신사, 택시기사…불특정다수 접촉
불특정 다수를 접촉한 이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중간 전파자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27일 부산 해운대온천센터에서 일하던 여성 세신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집단감염의 불씨가 떨어졌다. 이 확진자는 지난 18일부터 경미한 증상을 겪었지만 이후에도 일주일 더 출근했고 하루 8~9시간 동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연관 접촉자 수만 1천500명에 이른다.
목욕탕은 시설의 특성상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특히 침을 자주 뱉어 침방울에 의한 감염 위험이 크다. 문제는 대다수 목욕탕이 이용객 명부 작성을 시작한 시점이 20일 이전이라는 것이다. 깜깜이 n차 감염 확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운대온천센터 역시 16∼20일 닷새간 이용객을 파악하기 어려워 자진 검사를 호소하고 있다.
전남 목포에서는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50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택시기사는 증상이 나타난 24일, 그리고 25일 오전까지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시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택시를 탄 승객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카드사용 내역과 개인택시 단말기 등을 조회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감염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환자가 10명당 3명 이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 발생 지역이 수도권 외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고, 실제 확산세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이제는 코로나19 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발적 감염 장소는 '교회'
수도권은 여전히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8월 이후 교회에서 촉발된 집단감염 확진자는 모두 1천460명.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를 제외하고도 교회 곳곳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8일 정오 기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모두 959명으로 1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203명에 이르는 등 대규모 확진자는 교회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우리제일교회의 경우 방역당국이 여러 차례 권고했던 각종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찬양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었고, 예배 후에는 함께 식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평구 갈릴리교회의 경우 지난 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46명까지 확진자가 늘었다. 이곳 역시 예배할 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이 준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자가 발생한 대부분의 교회는 평소 해오던 대로 한 것이 감염의 빌미가 됐다. '예배 후 교인끼리 식사', '환기 불량', '소모임, 기도회, 수련회 진행',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미흡' 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 다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위험 요인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교회에서는 증상이 있는데도 예배에 참석해 다른 교회나 요양시설, 직장 등 지역사회로 빠르게 감염 확산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서울 구로구 아파트 감염 미스터리
집단감염의 온상은 주로 교회로 지목됐으나 n차 감염이 확산하면서 장소를 가리지 않는 추세다.
27일 있은 서울 구로구 아파트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주민 28명이 집단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의 공동주택 집단감염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구에서도 지난 3월 달서구 한마음아파트에서 확진자 46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 한마음아파트는 신천지교인이 모여 살았다는 특수성이 있었다. 전국에 산재한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다.
이번 구로구 아파트 집단감염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환기구에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 환기구를 통해 비말 전염 가능성 등이 제기된 터였다. 그러나 위층 세대가 먼저 감염되는 등 인과관계가 느슨했고, 환기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동주택 집단감염은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코로나19는 공기보다는 접촉이나 비말을 통한 전염 사례가 많았다"라며 "엘리베이터나 공동현관 등 다수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시설을 조심하고 밀폐된 곳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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