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천절 집회' 초강경 대응 예고…보수단체 '부글부글'

정부·민주당 강경 속 국민의힘 선긋기 수위 부심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9일 보수단체의 10월 3일 개천절 집회 예고에 대해 초강경 카드를 빼들고, 원천 차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결정에 힘을 실었고, 국민의힘은 집회를 반대하는 기류 속에 선긋기 수위를 놓고 부심하는 모습이다. 집회를 예고한 보수 단체들은 이를 강력 비판하면서 추이를 살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개천절 집회 초강경 대응 배경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담화 수준의 메시지를 통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광복절 집회에서 촉발된 것으로 판단하는 상황에서 추가 집회를 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이어 3차례의 태풍으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재확산의 수렁에 빠지게 되면 국민 건강과 민생은 물론 경제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이례적으로 법원에 정부 입장을 설명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서울시와 경찰이 금지 조치를 해도 이들 단체가 법원에 집행 정지 신청을 할 경우 집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4일 보수단체 일파만파와 태극기혁명운동본부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각 전부 인용, 일부 인용하면서 광복절 집회로 이어졌다.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때도 여러차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전례가 있다.

변수는 최근 주춤한 코로나19가 집회 직전에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리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이 틈을 타 극렬보수 세력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법원이 인용하는 등의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민주 "절대 안 돼" 속 국민의힘 선긋기 부심

민주당의 강경 반대 입장은 이낙연 대표의 대표연설 데뷔 무대에 함축돼 있다. 그는 지난 7일 "광복절에 이어 개천절에도 비슷한 집회를 열려는 세력이 있다"며 의법 조치를 외쳤다.

당 지도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 테러"라고 규정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행정청이 항고하면 집행정지 결정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내용의 행정소송법 개정안까지 발의할 태세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천절 집회는 방역시스템 무력화를 시도하고,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반헌법적 중대범죄"라며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아스팔트우파와 단호히 결별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0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개천절 집회와 선을 긋는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극렬보수 세력과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의 공범이라는 빌미를 준 만큼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전·현 의원을 상대로 집회 금지령을 내릴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당내 분위기는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원희룡 제주지사), "당을 믿고 집회 참석을 자제해 달라"(장제원 의원)라는 등의 인식이 주류인 게 사실이다.

다만 민주당의 '방역의 정치화' 프레임을 비판하며 이견을 제시하는 의원도 없지 않다. 박대출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들어 "재확산 원인을 특정집단에 전가하려는 마녀사냥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들 집회 강행 의지 속 부글부글

보수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재수감과 집회 금지 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압박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집회신고를 하는 것은 헌법에 나와 있는 가치다"라며 "신고는 우리가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은 저들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들은 우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엮어서 뭔가를 만들려고 한다"며 "그들의 함정에 우리가 빠져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공화당은 약 3만명 정도가 참석하는 개천절 집회 신고를 했으나 집회금지 명령으로 행사가 물 건너갔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한 뒤 집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게 공화당 측의 입장이다.

광화문 집회를 이끈 극렬보수 세력들은 "광화문 광장을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헌법으로 맞서겠다"며 행사를 강행할 태세다. 다만 집회 금지명령이 떨어진 데다 정부가 원천 금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다소 유동적인 상황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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