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와 함께 서양 예술사에서 양대 축으로 꼽히는 '성경'은 클래식 음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작곡가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어 명곡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부활절이라든가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시즌이 아니고는 종교음악은 쉽게 접하기가 어렵고, 클래식 음반가게에 가도 종교음악은 제일 끝자리에 놓여 있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에서는 살짝 빗겨나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만큼 종교음악을 '최애곡'으로 꼽는 클래식 애호가도 그리 많지는 않다. 이 책은 이런 괴리나 간극을 좁혀보기 위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바탕으로 한 클래식 종교음악을 선별해 소개한다.
◆넓고 깊은 종교음악의 세계
책은 1부 구약성서, 2부 신약성서로 나누어 각각 14개 작품, 6개 작품의 성경에서 출발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성경의 모든 책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작품을 망라했다. 종교음악을 가까이 접해보고 또 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저자는 종교음악의 폭이 무척 넓다는 것을 발견한다.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종교와 관련 있는 음악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헨델은 그 유명한 합창곡 '할렐루야'가 나오는 '메시아'는 물론이고 '사울', '솔로몬', '여호수아'까지 수많은 종교 곡을 내놓았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흐, 비발디, 멘델스존 등은 물론, 20세기에 활약한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 메시앙과 번스타인 같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종교음악도 소개한다.
오페라와 교향곡 같은 세속음악이더라도 성경에서 출발한 음악은 책 속에 포함됐다. 작곡가들이 종교음악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음악의 형식으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성경이 유럽의 문화 전반을 떠받치는 두 기둥 중 한 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베르디의 '나부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은 오페라와 번스타인의 '예레미야 교향곡',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이 그런 예다.
◆작곡가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종교음악 썼다
저자는 종교음악을 소개하면서 음악의 바탕이 된 성경 이야기는 물론, 작곡 당시 작곡가가 처한 현실적 상황과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특히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이 충돌할 때, 경제적 궁핍과 예술적 자각 사이에서 방황할 때, 작곡가들이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일례로 쇤베르크가 출애굽기 속 모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오페라 '모세와 아론'을 작곡한 것은 나치의 반(反)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암울한 시기의 일이다. 유대인인 쇤베르크는 일찍이 개신교로 개종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원해 참전하는 등 스스로 오스트리아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반유대주의를 직접 경험한 후 마음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시오니즘에 경도된 쇤베르크는 이집트에서 노예 상태로 있던 유대인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했던 모세 이야기를 작품으로 옮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말러처럼 '지휘하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었던 번스타인이 처음으로 작곡한 교향곡 또한 성경 예레미야 애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예루살렘 멸망에 고통스러워하는 히브리 민족의 비극을 노래했기에 이 교향곡은 유대인이라는 번스타인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메시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포로로 괴를리츠 수용소에 포로로 잡혀 있던 동안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시간과 종말을 위한 4중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1941년 1월 15일에 함께 수감되어 있던 세 명의 연주자와 메시앙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괴를리츠 수용소에서 초연됐다.
이처럼 작곡가들은 그야말로 '종교에 귀의'해, 즉 종교에 돌아가 기댐으로써 힘든 시절을 겪어 낼 힘을 얻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종교적 영감을 전해 준 작품까지 내놓았던 것이다.
각 글의 말미에는 수많은 레코딩 중에서 저자가 엄선한 음반과 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글을 읽은 후에 추천된 음반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종교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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