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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리사이틀 리뷰, 열정과 자신감 넘치는 무대…'조성진다움' 보여줬다

앙코르만 50분 연주

지난달 30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를 끝낸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지난달 30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를 끝낸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거리두기로 비워둔 좌석을 제외하면 1, 2층은 물론 발코니, 합창석 등 350여 석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등장한 조성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건반에 손을 얹었다. 첫 번째 곡은 슈만의 '유모레스크'. 섬세한 아르페지오로 시작해 동경에 가득한 선율이 펼쳐졌다. 이어 분위기를 전환해 격렬하면서도 풍자적인 유머 감각, 다채로운 조성변화를 보여주면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객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이어진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는 조성진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 연주였다. 마스크는 테크닉도 어렵고 악보도 음표가 많아 연주자들이 도전을 꺼리는 작품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실연으로 접하기 쉽지 않은 곡이다. 조성진은 연주회 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스크'는 잊지 못하는 멜로디가 없을지 몰라도, 듣다 보면 계속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선곡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손은 자유롭고도 역동적으로 건반 위를 오갔다. 건반을 두드리는 터치에 자신감이 넘쳤다. 긴장과 이완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아름다운 선율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듯하더니 격정적인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두 번째 곡을 끝냈을 때엔 객석 온도가 바뀌었다. '와~' 소리와 함께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마지막 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기교와 파워, 극적 전개를 끌고 갈 탁월한 감수성을 요하는 곡이다. 그러나 조성진은 조마조마한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확신이 드는 음들을 거침없이 눌러갔다. 리스트의 간절한 기도가 느껴지는 종결부를 끝낸 조성진은 건반 위에서 손을 내려놓고 10초 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여운을 즐기려는 듯 관객들도 기다려주었다. 마침내 조성진이 일어서자 1, 2층은 물론 발코니, 합창석에 있는 관객들도 모두도 일어서서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모습.
지난달 30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모습.

'앙코르' 무대는 또 하나의 음악회였다. 먼저 쇼팽의 '녹턴 20번'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이어 쇼팽의 '스케르초 2번', '스케르초 1번'으로 앙코르를 이어갔다. 관객은 조성진의 마법에 홀린 듯 일어나질 않았다. 조성진은 '스케르초 3번', '스케르초 4번'을 연주한 후에 건반에서 손을 뗐다. 출구는 앙코르 공연 50분이 지난 뒤에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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