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를 찾아가 첫 해를 보면서 소원을 빌거나, 다이어리를 사서 그해 계획을 적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연말이면 '올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잘 살았나' 되돌아보고는 한다.
올 초에도 많은 이들이 그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75억 지구인 중 2020년이 끝나갈 때 이런 상황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인생이란 것이 늘 상수(常數)보다는 변수(變數)가 많아서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지만 올해만큼 연초에 세운 계획이 엉망이 된 해가 또 있을까.
2020년 새해 벽두, 중국의 이름도 잘 모르던 도시에서 발생한 전염병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저 강 건너 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작은 불씨가 온 산을 다 태워버리듯 어디선가 나타난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휩쓸더니 아직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역대 최장 50일간의 장마와 한반도를 바로 거쳐 간 두 번의 큰 태풍 등 굵직했던 자연재해도 올해에는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워낙 큰 변수 앞에 무색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한 해 동안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람이 죽어 나가자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갔고 이동은 제한되었다.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으며, 전쟁 중에도 열려있던 성당과 교회, 산문은 닫히고 종교행사는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방학도 아닌데 학교에 갈 수 없었고 동급생 얼굴도 모른 채 새 학기를 시작했다. 각종 공연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만남과 모임은 제한되었다.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직장을 잃었으며 사회취약계층은 훨씬 더 무거운 고통으로 힘들어했다. 마스크 없는 바깥출입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누군가 곁에 다가오면 괜히 경계하게 되고 습관적으로 손을 씻게 되었다.
하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가 현실로 다가왔으며 나의 안전은 나만의 몫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 전 세계가 다 같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부의 중요성 그리고 환경과 생태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위생에 대한 습관은 몸에 배어 앞으로 코로나 유행이 끝나도 그대로 남아있을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얻은 그 모든 것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 아닐까? 건강을 잃어본 사람만 건강의 소중함을 알듯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왜 그토록 싫어했는지 문득 의아해졌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고군분투 중이며 다가오는 새해에 '되찾게 될 일상'은 분명 전과 같지 아니할 것이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신해철의 노래 '일상으로의 초대'가 더욱 간절히 와 닿는 시간이다.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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