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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민들은 왜 60년이 지나 반대 깃발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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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으로 갈등 촉발. 일방적 강요가 문제
1965년부터 운영된 포항수성사격장 ‘군 훈련에 협조한 60년 세월 허무해’

신동우기자
신동우기자

수성사격장이 있는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은 예로부터 유배지로 정해지며 숱한 명사들이 다녀갔다.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 등 당대의 명사부터 100여 명이 넘는 성현이 이곳에서 세월을 보내며 후학들을 양성한 흔적이 남아있다.

고려시대부터 유배지로 쓰였으니 그만큼 오지마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1960년 여의도의 약 4배 면적(약 12.5㎢)인 수성사격장이 여기 들어선 것도 이러한 연유일 터다.

오지에다가 충절을 중시하는 주민들의 성향은 국방훈련을 시행하기에 참 적절한 조건이다. 수성사격장은 소총 사격은 물론, 자주포·전차 등 모든 포격 훈련이 이뤄진다. 인근 해병대 1사단과 육군 50사단, 해군 6전단, 미해병대 무적캠프를 비롯해 방산업체인 풍산금속의 폭발시험까지 주·야간 가리지 않고 포격이 시행됐다.

1년 365일 중 300일 가량 '쾅쾅' 터지는 폭음에도 지난 60년간 이곳에서는 단 한 번의 시위나 흔한 민원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피해를 주민들이 속으로 감내하고, 국방훈련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한 덕분이다.

그런 주민들이 갑자기 머리띠를 두르고 죽장을 손에 쥐며, 상여까지 둘러맨 채 사격장 폐쇄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폭음으로 인한 울림보다 주민들의 가슴을 더욱 내려치는 것은 국방부에 대한 배신감이다.

지금껏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주한미군 전용 훈련장에서 시행되었던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수성사격장으로 내려온 이유는 포천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수년간 포천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자 국방부는 지난 2019년 4월 슬그머니 훈련장소를 수성사격장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장기면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는 "한미연합과 자주국방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주민 협의없이 훈련을 않겠다'던 약속마저 파기한 채 지난 4일 훈련을 강행했다.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자주 국방을 해하는 빨갱이 집단'이라는 오명까지 씌운 채 머리 위로 헬기를 띄우고 총탄을 쏘아댔다. "지금까지 훈련한 해병대 등은 상관이 없다. 수도권만 중시하고 북한 눈치나 보는 국방부가 문제다"라며 집단민원을 제기한 장기면 주민들이 참 순진하게 느껴진다. 국방부는 이 순진한 주민들의 마음이 왜 60년이 지나서야 돌아섰는지 좀 더 세심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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