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나는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육군에 입대했다. 대구 2군 사령부 작전참모부에 근무하다가 제대 7개월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받아 어머니를 찾아뵙고 귀대했다.
그 당시는 월남 참전군 병력 모집이 전군에 하달되고 파병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할 때였다. 미국도 동맹국에 월남 파견을 요청하고 2군 사령부에도 파병 문제로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나는 남아로서 국가와 민족을 지키고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분이 타올라 파병 모집에 자원했다. 파병에 앞서 40일간 특수 교육이 강원도 모처에서 실시되었다. 생존능력을 위한 훈련이었기에 힘들고 고달파도 모두 꿋꿋이 잘 감내했다.
출항하기 전 파병 전우들이 전함 구석에서 손톱, 발톱과 머리카락을 잘라 봉투에 담는 모습을 봤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생사가 걸린 전쟁터로 떠나는 몸이라 내 신체 일부라도 고향 부모님께 전해드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께 월남 파병을 미리 알려 드리지 않았다. 미리 말씀드렸으면 분명 못 가게 말리셨을 것이다. 나도 어머님께 내 신체 일부라도 보내려 손톱, 발톱과 머리카락을 잘라 봉투에 담았다. 아버지도 없이 홀로 계신 어머님께 불효한 행동을 한 아들을 애절한 심정으로 용서 바란다는 내용도 간단히 썼다. 내 편지를 받아 들고 상심해 하실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났다.
드디어 1967년 9월 늦은 가을, 부산 제3부두에서 파월 장병 환송식이 열렸다.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환송객들이 흔드는 수많은 태극기를 보니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해 질 무렵 환송객이 흔드는 태극기 물결 속에 배가 출항하자 전 장병이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조국을 향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올라 눈에 이슬이 맺혔다.
출항한 지 7일 만에 월남 퀴논항에 도착했다. 맹호부대 사령부 본부에서 기갑연대 작전 상황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전장에 근무하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어머님께 편지를 보냈다. 어머님의 허락 없이 참전한 불효자식의 용서를 바란다며 몸 건강히 성한 몸으로 귀국할 테니 안심하라는 내용으로 보냈다.
어느 날 작전지역으로 한 통의 고국 소식이 왔다. 기쁨에 겨워 열어본 편지는 고향 우체국 집배원이 보낸 것이었다. 사연인즉 내 편지를 전해드린 집배원인데 어머님이 매일 우체국을 찾아오셔서 이 편지 발송한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쓰신다는 거였다. 그 글을 읽으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간다는 말도 없이 참전을 한 아들이 얼마나 원망했을까? 얼마나 가슴이 쓰렸을까 생각하니 애절하고 통탄할 일이었다.
그날부터 작전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편지를 부쳤다. 그렇게라도 내 안위를 알려 드리면 걱정을 덜 하실 것 같았다.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시랴 애쓰신 우리 어머니가 아니었던가. 청년으로 키워 놨더니 느닷없이 생사가 걸린 전쟁터에 있다는 소식 들었을 때 그 심정이 어땠을까?
전장에서 초병을 서며 한밤중 도마뱀 울음소리, 풀벌레 울음소리 들으며 어머니의 마음을 울리게 한 불효자식을 스스로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느 때는 편지를 써서 보내며 밤에 뜬 달을 함께 보며 안부를 주고받자는 제안도 했다. 마침내 월남 파병 임무가 끝나 귀국이 결정되었다. 마지막 편지를 썼다. 20일 후면 어머니 곁으로 달려간다며 이제 마음고생 접으시라고 썼다.
그리운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께 큰절을 올렸다. 어머니께서 꼭 껴안아 주며 고맙다 살아와 줘 고맙다고 하시며 내 등을 두드려 주셨지요. 지금은 불러도 대답 없는 어머니. 어머니 마음 아프게 한 불효자식 용서해 주십시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불효자식 금태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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