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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총리들의 대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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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왕을 빼고는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영의정의 별칭이기도 하다. 영의정은 위상이 높았지만 실권까지 장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영의정 자리는 권신(權臣)·세도가들이 권력 장악의 명분으로, 원로에게 양보하는 카드였다. 조선의 영의정이 사실상의 명예직이 된 것은 권력 집중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고려 때 최고위직을 차지한 권신들이 왕권 찬탈을 시도한 사례가 많았기에 조선은 영의정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을 피했다.

1894년 갑오개혁 때 영의정은 총리대신(總理大臣)으로 직제가 바뀌었다. 오늘날의 국무총리가 조선의 영의정인 셈이다. 한데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내각제 요소인 국무총리를 두는 것은 기형적 권력 구조다. 제헌 헌법 초안을 보면 정부 실권은 국무총리가 쥐고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 원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으로 내정된 이승만이 자신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강력히 밀어붙인 결과 의원내각제 기반 위에 대통령중심제를 덧씌우는 방향으로 헌법이 마련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행정부를 총괄하는 대한민국 총리를 명예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권(大權)에 오르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총리는 조선시대 영의정과 입지가 많이 닮았다. 실제로 우리 헌정사에 총 47대 총리가 있었지만 이들 가운데 대통령에 오른 이는 최규하뿐이다. 하지만 그 역시 군부 세력에 의해 얼떨결에 대통령직에 올랐다가 밀려났을 뿐 자기 힘으로 권력을 쟁취하지 못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국무총리가 선출직 공무원의 최고봉(대통령)에 오르기 힘든 자리라는 점이 역설적이다. 이러다가는 징크스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을 꿈꾸는 전직 총리만 3명이다. 이낙연 정세균 황교안, 3명 공히 대선 주자 간판 경력 중 하나가 총리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지지율을 보니 총리의 대권 난망(難望) 징크스가 깨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 김부겸은 인준 청문회에서 국무총리가 자신의 마지막 공직이라고 아예 선언했다. 총리 경력이 대권 가도의 징검다리가 되기 어렵다는 경험칙을 그는 꿰뚫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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