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선 칵테일을 빼놓을 순 없다. 서인도제도의 토착민들이 흥분과 소동의 뜻으로 럼불리온(rumbullion)이라고 부르면서 유래되었던 사탕수수가 주원료인 럼(rum)주를 베이스로 한 수많은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필리핀과 함께 스페인제국의 마지막 식민지였던 쿠바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소개된 칵테일 문화는 품질 좋은 럼주를 바탕으로 쿠바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 리브레는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이다. 쿠바는 스페인어 문화권 가운데 지리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1902년 독립 이후 미국의 투자를 많이 받은 것은 물론 미국인 여행자들이 몰렸다. 1919~1933년의 '금주법' 시대에 수많은 미국인이 쿠바를 '해방구'로 삼았으며, 쿠바 여행사업은 미국이 주도했다.
쿠바 리브레는 럼주에 미국 문화인 콜라, 그리고 라임을 섞은 것으로 쿠바인들이 오랜 식민지로부터 해방되면서 그 기쁨을 기리며 즐겨 마신 칵테일로 '자유 쿠바 만세'란 의미를 담고 있다. 금주령을 피해 쿠바에 쉬러 왔던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어 이들을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소개됐다. 럼주에 설탕, 라임 주스를 넣어 만든 다이키리와 럼주에 소다수, 설탕과 박하 잎을 섞어 만든 모히토는 쿠바에서 개발돼 쿠바는 물론 전 세계 최고 인기의 칵테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쿠바 칵테일은 1940~50년대 쿠바에 살았던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낮에는 '노인과 바다'란 작품을 집필하고 밤에는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 리브레를 즐겨 마셨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아 모히토 칵테일을 즐겨 마셨다는 아바나 시내 카페엔 외국인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칵테일도 이제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 사이트를 살펴보면 쿠바에는 올드 아바나, 트리니다드, 비날레스 등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일곱 군데나 있다. 하지만 정작 쿠바에서 외국인 여행객을 가장 매료시키는 것은 거창한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이 아니다. 바로 쿠바 칵테일이다. 관광객들은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 리브레 칵테일을 한 잔 시켜놓고 인증샷 찍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며 추억을 담고 여행을 즐긴다.
칵테일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마티니(Martini) 칵테일은 드라이진과 드라이 버무스의 배합 비율에 따라 무궁무진한 맛과 향을 내, 1979년 미국에서 출간된 The perfect martini Book 에서는 268종의 마티니가 소개된 바 있다. 레시피에 따라 맛을 달리하는 다양한 마티니 중 표준 마티니를 만드는 방법은 믹싱 글라스에 얼음과 함께 드라이 진 45ml, 드라이 버무스 15ml를 넣고 잘 저어준 후 칵테일글라스에 따라 붓고 올리브로 장식하여 제공한다.

마티니 온더록스(Martini on the rocks)는 마티니 칵테일 한잔을 얼음을 넣은 올드패션드 글라스에 따라 붓고 올리브로 장식하여 제공한다. 2004년 미국 뉴욕의 알곤퀸 호텔에서 선보인 마티니 온더록스 한잔은 무려 4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4천만 원이 넘는다. 맑고 투명한 마티니 잔 안에 반짝이는 것은 얼음이 아닌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의 크기에 따라 칵테일 가격은 만 달러에서 백만 달러까지 다양하다.
이 마티니를 주문할 경우 72시간 전에 사전 통보해야 하고 고객이 보석상과 만나 다이아몬드를 미리 선택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마티니를 마시곤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는 가져간다. 향긋한 향과 강한 쓴맛의 마티니 칵테일은 정말 매력적이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마케팅이다. 스마트폰이나 포털사이트, SNS 어플리케이션 등 이전보다 인터넷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광범위해지면서 입소문 마케팅의 활용도도 더 높아지고 있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마음을 사로잡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맛있는 칵테일 한잔은 추억과 행복한 감동을 준다. 마케팅은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이며, 문화가 곧 전략이고 칵테일이 마케팅이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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