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징어게임, 오십억게임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기세가 대단하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 고지에 올랐고 이달 26일 기준 세계 76개 나라에서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 드라마는 땅바닥에 오징어 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고 하던 추억의 '오징어놀이'를 소환했다. 그런데 살벌하고 잔혹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은 인생 실패자, 낙오자들이다. 게임이 요구하는 참가비는 목숨이다. 최종 승리자에게 456억 원 상금이 주어지지만 탈락자에게는 참혹한 죽음이 기다린다. 게임이 시작되면 멈출 수가 없다. 참가자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게임을 중단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있어도 참가자들은 게임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죽음이 무서워 게임을 포기했지만 생지옥 같은 현실이 그들을 오징어게임으로 돌려보낸다는 드라마 속 설정이 섬뜩하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적자생존·승자독식 부작용이다. "충격적인 스릴러 장르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 세계 유수 언론과 평단의 평가도 일맥상통한다.

대장동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부동산 권력 카르텔의 이권 잔치 썩은 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집값 폭등으로 희망을 빼앗긴 젊은이들로서는 '오징어게임'에라도 참가하고 싶어질 지경인데, 법조·언론·공직 이권 트라이앵글은 수천억 원 차익을 챙겼다. 그 돈은 어디서 새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알게 모르게 무주택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챙긴 부당 이득이다.

이 와중에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사자가 '오징어게임' 뜬금포를 날렸다.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은 SNS를 통해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몸 상해 돈 많이 번 것은 사실"이라며 "나는 화천대유라는 오징어게임 속의 말일 뿐"이라고 했다. 국민 억장 무너뜨리는 궤변이다.

비유할 게 따로 있지 번지수를 이렇게 잘못 짚기도 힘들다. 국민들은 곽 의원 아들이 세상에 다시 없을 '아빠 찬스'를 누린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 456명은 목숨을 걸었다. 최종 승자는 단 한 명이다. 곽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 게임판'에서 도대체 무엇을 걸었단 말인가. 기가 막힌 현실 인식에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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