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분권 전문가 좌담회] <2> 지방분권 헌법 개정 어떻게 풀어야 할까?

매일신문 주최 좌담회…최백영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위원장 사회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정치권 움직여야 개헌 가능…10차 개헌은 세계 헌정사에 새 역사"
김성호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부위원장 "지방분권 개헌 요구 국민운동으로 승화해 나가야"
전성환 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코로나19로 지방 정부 재발견, '보충성 원리' 헌법에 포함돼야"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백영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위원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백영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위원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김성호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김성호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전성환 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전성환 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부활의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 이뤄져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시민 사회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매일신문이 주최한 두 번째 '지방분권 전문가 좌담회'는 지난달 26일 매일신문 3층 대회의실에서 '지방분권 헌법 개정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자〉

최백영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위원장

〈패널〉

김성호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개헌특위 부위원장

전성환 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안성호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최백영=지난 2018년 대통령 개헌안과 이번 대구시 분권특위 개헌안의 다른 점과 의의는 무엇인가?

▷김성호=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가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먼저 개헌안을 만드는 특위를 구성하는 등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위안은 실질적인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내용을 반영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개헌안은 실질적인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안이었다. 대구시 분권특위에서 만든 개헌안은 다음 개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거론될 소지가 있다.

◆최백영=대구시 지방분권 개헌 특위에서 현재 지방분권 개헌안의 조문을 성안하고 있다. 어떤 내용을 담기 위해 논의 중인지 소개 바란다.

▷김성호=실질적인 지방자치를 하려면 자치입법, 자치재정, 자주행정이 핵심이다. 그간 지방분권 논의에서는 사법분권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법원과 검찰 등에 대한 주민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국가 권력기관도 각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책임지는 기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틀을 갖고 있다.

자치입법권 확대도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한 핵심 과제다. 예를 들어 취득세는 지방세임에도 국가가 취득세의 세율을 정하는 등 지방자치의 취지에 반하는 일들을 중앙 정부가 자행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자치입법권 확대를 통해 과세 시스템을 지방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지방재정의 배분 비율도 원칙적인 사항만 넣어선 안 되며 적어도 국세, 지방세 비율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

◆최백영=시도지사협의회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개헌이 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성환=사실 일관되게 개헌을 주장했는데,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해보면 시도지사들은 움직임이 무거워 국회 활동에 매우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치권이 관심이 없어 개헌 논의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 내부에서 이를 관장하는 구성원들이 분권, 균형 발전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검찰 개혁, 적폐 문제에 더 관심이 가 있다. 안 그래도 여야가 서로 개헌에 대한 수준 있는 논의가 없는 상황에, 청와대에서조차 그런 노력이 없어서 개헌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시·군·구청장 및 시도지사협의회의 힘이 여론을 모아갈 정도가 아니었던 것도 하나의 영향이라고 본다.

◆최백영=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헌법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보는가? 또 지방분권 개헌이 시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

▷전성환='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다'라고 천명함으로써 국가의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 또 시·도가 할 수 있는 것을 중앙부처가 하지 않는다는 '보충성의 원리'가 헌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중앙 부처가 결정하고, 지방이 따라가는 보조금 사업 등을 통해서는 지방은 끊임없이 예속될 수밖에 없다. 예산이 적더라도 지방이 스스로 기획, 결정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이게 헌법에 포함된다면 지역마다 특색 있고 창의성 있는 사업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최백영=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에 관한 조문이 2개뿐으로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가?

▷안성호=헌법 117조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법률과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자치에 관한 규정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모르는 상황에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으로 한 줄만 정해놓으면 지방은 옴짝달싹 못한다.

헌법 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OECD 국가 평균 기초정부의 인구 규모가 약 9천700명인데 우리나라는 약 23만 명에 달해 사실상 기초정부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저는 기초정부를 만들려면 읍면동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다만 읍면동에 의회를 다 만들고, 봉급을 주는 방식은 반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 18조에 '지자체에 의회를 둔다'는 식으로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기초단체에 의회에 준하는 기구를 만들면 된다. 선진국에서는 주민총회, 위원회, 합의제 의사결정기관 등 다양한 형태의 기초정부를 채택할 수 있도록 두는데 우리는 헌법에서 의회로 못을 박아놨다.

◆최백영=스위스 지방자치 전문가로서 스위스 헌법은 지방자치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또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눈여겨볼 만한 외국의 사례가 있는지도 소개 바란다.

▷안성호=지방의회가 잘못한다면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국민에게 줘야 한다. 스위스 지방자치가 이 같은 방식이다. 직접민주제를 문 여는 순간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돼 있다. 국회의원이 서로 싸우는 데 혈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세상을 만들자는 게 헌법 개정의 근본적인 취지인데,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

스위스, 독일, 북유럽 국가 등의 나라에서는 삶의 질, 행복, 국가 부채 등의 지표가 상위권이다. 이는 우연한 게 아니며, 헌법 질서가 가져온 효과라고 본다. 헌법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정치인이 바뀐다. 지금처럼 대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도토리 키재기이다. 권력을 한 곳에 모아 놓고 통제 시스템을 엉성하게 만들어 놓으면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 입장에선 싸울 수밖에 없다.

◆최백영=개헌이 되려면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성호=현재로서 정치인들에게 개헌 운동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 개혁, 개헌에 대한 요구를 국민운동으로 승화해 나가지 않으면 큰일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공약에 개헌이 들어가려면 여론화가 되어야 한다. 지역 언론 차원에서 여론을 조성해 개헌으로 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보여줘야 하며, 시민단체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전성환=코로나19를 겪으며 지방정부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위기 때 시민들의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권한을 실제로 누가 갖고 있는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바로 지원이 가능한 지방정부를 강조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양원제를 도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 같다.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를 늘리면서 정당들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국민들이 목도를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전략적으로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을 가질 필요도 있다.

▷안성호=과거 개헌을 통해 정권 연장에 악용한 역사 때문에 현행 헌법은 개헌이 어렵게 돼 있다. 국민 다수가 원하지만 헌법을 못 바꾸는 시스템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는 개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압력을 통해 정치권을 움직여야 헌법이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헌법 개헌하겠다는 대통령, 국회의원이 나오면 싫어하는 정당이라도 그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이래야 변화가 생긴다.

10차 개헌이 될 경우 개헌 역사에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국민이 참여하는 유일한 헌법 개정이며 이것만으로도 한국이 세계 헌정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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