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계획과 다짐이 담겨 있다. 그중 전통시장 상인들도 손님들에게 신선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2020년 추석, 대목을 앞둔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의 아침도 여느 때와 같았다. 하지만 새벽 4시쯤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점포와 창고 등 시설 20곳이 소실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속을 검게 태웠다. 시장에서 발생한 불은 약 3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추석을 앞두고 들였던 다량의 과일이 불에 타면서 상인들은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 기간에 더 많은 화재가 발생한다. 곧 있을 설 연휴를 맞이하기에 앞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 연휴 기간에 총 89건(하루 평균 4.5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7명의 인명 피해와 약 3억7천만 원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평일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7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설 연휴에는 약 21.6% 더 많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명절에 발생한 대부분의 화재는 문어발식 전기 사용이나 담배꽁초 등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사전에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화재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소방안전점검을 중심으로 추진했다. 소방안전점검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한다. 최초 건축 대상물이 완공된 후 소방, 전기, 가스 등 완공 증명을 받기 위한 점검, 소방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유지·관리하기 위해 진행하는 작동 기능·종합 정밀 점검, 그리고 소방 활동 여건 등을 점검하는 소방 활동 자료 조사다.
앞서 언급한 점검 외에도 소방 당국은 대상물 관계자와 함께 화재 대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소방 합동훈련, 시민 안전 문화 조성을 위한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화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대형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해 더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이전까지의 화재 예방 대책이 소방 당국 주체로 추진되었다면, 이제는 소방과 국민이 양방향에서 점검의 주체가 되어 수시로 자가 점검을 진행하는 등 능동적인 안전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방청은 '안전하기 좋은 날' 캠페인을 통해 대상물 관계자에게 안전 체크리스트를 제작·배부하고 있으며, 관계자 스스로 소방, 전기, 가스 분야를 진단할 수 있어 주요 화재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상시 확인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는 4가지 항목, 18개의 점검 내용을 담고 있으며, 관계인을 포함한 누구라도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해당 항목들은 그동안에 축적된 예방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돼 있다. 다중이용업소나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자체 점검을 할 수 있다.
자율안전점검은 높은 실효성을 가진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고 진단할 수 있는 안전을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하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1931년에 발표한 1:29:300 법칙에 따르면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잠재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국민 모두가 자율안전점검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설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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