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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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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사진: midjourney
-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사진: midjourney

광고로 총을 내려놓게 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그것도 광고 하나로.

2010년 콜롬비아. 50년 넘게 내전을 이어온 무장 게릴라 조직 FARC는 수천 명의 병력을 정글 깊숙이 숨기고 있었다. 정부는 군사 작전으로 이들을 소탕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어느 광고 대행사가 맡았다.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전구였다.

광고팀은 먼저 200명 이상의 전직 게릴라 대원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있으면 총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답은 한결같았다. 가족. 그리고 크리스마스.

광고팀은 콜롬비아 정글 속 나무들에 9개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나무마다 수만 개의 전구를 달고 그 안에 메시지를 새겨 넣었다.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게릴라여, 집으로 돌아오세요."

전구는 밤이 되면 정글을 환하게 밝혔다. 게릴라 대원들은 그 빛을 보며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떠올렸다. 캠페인이 진행된 기간 동안 180명의 게릴라 대원이 무기를 내려놓고 자수했다. 그 중에는 FARC의 핵심 폭발물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총이 해내지 못한 것을 전구가 해냈다. 이 캠페인은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TED 무대에서도 소개됐다. 광고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평화 협상으로 기록된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스웨덴 적십자사는 혈액 기증자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오랫동안 안고 있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증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었다.

혈액을 기증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혈액이 실제로 사용될 때마다 문자가 발송됐다.

"오늘 당신의 혈액이 암 환자에게 수혈됐습니다."

"오늘 교통사고 피해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당신의 혈액이 쓰였습니다."

아무도 광고를 보지 않았다. 대신 기증자들이 자신의 혈액이 살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기증하러 왔다. 재기증률은 캠페인 이후 급격히 올라갔고, 그 기증자들은 주변에 이 이야기를 퍼뜨리는 가장 강력한 홍보대사가 됐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이 있다. 설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캠페인은 게릴라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불을 밝혔다. 스웨덴 캠페인은 혈액을 기증하라고 촉구하지 않았다. 당신의 혈액이 한 사람의 생명이 됐다고 알려줬다.

광고가 세상을 바꿀 때는 언제나 같은 방식이다.

바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

총도 법도 해내지 못한 것을 광고가 해낼 수 있는 이유는 광고가 인간의 가장 깊은 곳, 그곳의 감정을 터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획력이 쑥 커집니다'의 저자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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