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은 독립운동가인가, 친일파인가. 이 책은 구한말 고위 공직자에서 말년에 독립투사로 변한 동농(東農) 김가진의 행보를 재조명한다.
김가진은 대한제국 대신 중 독립운동을 위해 망명까지 결행한 유일한 인물이다.
일흔네살에 국내에서 조선민족대동단을 결성했으며,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 김좌진 장군이 이끈 북로군정서 고문으로 일제에 맞서 싸웠다. 그는 망명지에서 영양실조와 병고에 시달리다 끝내 눈을 감았다.
일부에서는 복벽주의, 친일파라는 프레임 속에서 대동단과 김가진을 바라보고 비하한다. 과거 왕조시대로의 회귀를 표방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동단이 1919년 5월 처음 발표한 강령은 독립·평화·자유, 4개월 뒤 발표한 2차 강령은 독립·평화·사회주의였다. 복벽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먼 관념이다.
이에 더해 저자는 김가진이 친일이 아니라 친고종, 외교관 출신의 고위 관료였던 점을 강조한다. 고종의 최측근 외교관 고위 관료로서 반일 감정을 감출 수 밖에 없었으며, 1919년 1월 고종의 승하에 곧바로 대동단을 꾸린 점을 그 이유로 든다.
그간 대동단은 국내에서 결성돼 활동한 독립운동조직임에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대동단 강령의 역사적 의미도 연구된 바 없다.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는 금기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동단이 강령을 독립·평화·자유에서 독립·평화·사회주의로 바꾼 것으로 추측해봤을 때 당시 사회주의의 개념은 지금과 달리 자유를 전제로 하는, 보다 폭넓은 가치를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학자도, 연구자도 아니다. 경제학을 전공해 역사학과도 거리가 멀다. 다만 독립운동을 한 대동단 총재가 25년동안 7번이나 서훈이 거부됐다는 얘기를 듣고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자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틈틈이 역사책들을 섭렵하며 친일, 복벽주의 등 기존의 평가 속에서 김가진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데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동양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대동사상이 지금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크게 하나가 되라는 의미의 대동단과 총재 김가진을 다시 우리 역사의 전면에 등장시켜, 갈등과 대립을 넘어 하나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올해 7월 4일은 김가진의 서거 100주년이다. 저자는 되묻는다. 김가진을 따라 같이 망명한 아들, 며느리를 포함해 대동단원 등 80여 명이 모두 서훈을 받았는데, 총재만 서훈을 받지 못한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24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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