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왕이면 제대로"…고급 '홈술' 열풍에 위스키 뜬다

'홈술'과 프리미엄 추구하는 문화
확산세 완화되면 올해 시장도 커질 듯

위스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위스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유흥가의 타격이 컸음에도 위스키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주로 룸살롱·바(Bar) 등 유흥업소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위스키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은 줄고 영업은 수시로 중단된 탓에 판매가 어려워지자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홈술' 열풍에 이어 20~30대를 중심으로 고급을 즐기는 '플렉스(Flex)' 문화가 더해지면서 코로나 이전 해였던 2019년보다도 국내 시장 규모가 50% 이상 더 커졌다.

올해 코로나 확산세가 완화돼 주 소비 채널이었던 유흥시장도 활력을 찾는다면 위스키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위스키…작년은 이례적 성장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체 위스키류 수입액은 1억5천434만달러(약 1천835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7.4% 늘었다. 위스키 수입액이 증가한 건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전체 위스키 수입액은 2016년(1억6천612만달러·약 1천975억원)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위스키의 국내 수입액 규모는 2007년 한때 3천억원을 넘을 정도였지만, 주5일제(2014년)·주 52시간제(2018년)·부정청탁금지법 시행(2016년)으로 음주 문화도 변하면서 대체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특히 2020년에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위스키 수입액은 1억3천246만달러(약 1천476억원)로 전년 대비 13.9% 급감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99년 이후 최저 수입액이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는 여전했는데 왜 성장했나

작년에도 코로나 위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됐지만, 국내 위스키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가장 큰 요인은 고급 제품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하는 와중에 '이왕이면 제대로 된 것을 마시자'는 고급화·전문화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지난해 1~11월의 위스키 수입량(1천405만ℓ)만 놓고 봤을 때,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 줄었는데도 수입액이 크게 뛴 건 그만큼 고가 위스키의 수입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에서도 프리미엄 술로 불리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그간 한국 위스키 시장에서 표준화된 맛인 블렌디드 위스키가 주를 이뤘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 만들어져 맛이 각기 다르고 수량도 적어 비싸지만 잘 팔린 것이다. 세븐일레븐이 설 선물세트로 30개 한정 수량으로 내놨던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 시리즈 4종인 엠디캔터(900만원)·No.6(764만원)·쉐리오크 25년(270만원)·에스테이트(35만원)는 이미 다 팔리고 없는 상태여서, 리셀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구해야 한다.

◆위스키 업계 발빠르게 신제품 출시

위스키 업계는 오는 설 연휴를 앞두고 홈술족과 선물세트 수요를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사전예약 판매기간이었던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8일의 위스키 매출 신장률은 126%였는데, 전체 주류 선물세트의 매출 신장률(103%)보다도 높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프리미엄 주류 브랜드를 수입·유통하고 있는 트랜스베버리지는 전 세계 360병만 생산한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그란트 60년'을 국내에 29병만 한정 출시했다. 글렌그란트 60년은 1964년 글렌그란트 증류소 부지에서 태어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 종사해온 마스터 디스틸러 '데니스 말콤'의 위스키 경력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한정판이다.

트랜스베버리지는 전 세계 360병만 생산된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그란트 60년'을 국내에 29병 한정 출시했다. 글렌그란트 60년은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 종사한 마스터 디스틸러 '데니스 말콤'의 위스키 경력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블루 한정판 '고스트 앤 레어 피티바이크'를 국내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현재 운영하지 않는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탓에 붙여진 '유령 위스키' 원액을 담은 스페셜 에디션이다. 3개의 유령 증류소와 소량 생산으로 희귀한 원액을 보유하고 있는 5개 증류소 등 8개 증류소에서 생산된 희소성 높은 원액들을 블렌딩했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11월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고인' 라인업 확대에 이어 올해는 피트 계열 싱글몰트 위스키 '스모크헤드' 4종을 추가로 내놨다. 스모크헤드는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스모크헤드 오리지날'은 레몬향 등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스모크헤드 럼레블'은 달콤한 럼 계열의 향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해졌다. '스모크헤드 하이 볼티지'는 58도의 도수만큼 강렬하고 진한 스모크 향을 느낄 수 있고, '스모크헤드 셰리 밤'은 셰리 캐스크의 향이 피트향과 어울려 거칠고도 섬세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전 세계 4천350병만 한정 발매된 '로즈뱅크 30년'을 100병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독한 술'의 상징이던 위스키 업계는 저도주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위스키에 소다수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다. 이에 위스키 업계는 소비자가 집에서도 하이볼을 즐길 수 있게 관련 구성품을 패키지로 함께 파는 내놓은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주류업체 골든블루는 설을 맞아 가정 내에서도 하이볼을 즐길 수 있도록 원형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아이스 볼 메이커'를 세트로 구성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된다면 올해 전망도 'OK'

업계는 올해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확산세가 잡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지난 2년간 침체를 맞았던 유흥시장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어서다. 또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함께 타격을 입었던 면세점 업계도 관광 수요가 다시 증대되면 위스키 업계도 기저효과로 덩달아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위스키가 새로운 유통 채널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한 해였다"며 "주 소비시장이었던 채널에서도 매출이 회복되면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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