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20일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3·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전략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홍 의원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맞받자 여의도 정가에서는 "어렵게 희석한 '꼰대' 이미지가 '도로아미타불'이 됐다"는 비난마저 나온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윤 후보와 전략공천 관련 이견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국민이 불안해하니까"라며 공천 요구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서울) 종로에 최재형(전 감사원장) 같은 사람을 공천하면 깨끗한 사람이고 행정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니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 증거가 된다"며 "그래서 요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그걸 두고 자기들끼리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되겠느냐"면서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고.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는 앞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권 본부장은 해당 발언이 홍 의원을 겨냥했는지 묻는 말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공개 저격으로 보고 있다.
지역 한 의원은 "아침에 권 본부장이 세게 이야기 했더라"면서 "국민이 정치인을 불신하고 정치를 혐오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뒤에서 주고 받기 하는 이른바 '정치적 딜(거래)' 아니냐. 윤 후보도 불과 얼마 전까지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는데, 이런 요구를 납득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윤 후보 지지율이 다시 올라가며 좋은 흐름을 탔는데 거기에 홍 의원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고 했다.
보수 정치권 한 관계자도 "홍 의원은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며 '꼰대' 등 과거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등 여전히 보수 정당의 좋은 자산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한 번의 '지분' 요구로 하루 아침에 '구태 정치인'이 되었다"면서 "자신을 향한 비판에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는 사극에서나 나올 만한 말로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은 분명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의 만찬 회동에서 선대본부 상임고문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하는 전제조건으로 윤 후보에게 ▷국정 운영 능력 담보 조치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청년의꿈'에 밝혔다.
홍 의원이 이날 윤 후보에게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 5곳 중 서울 종로구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전략공천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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