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신협 공동기획, 대선 민심 르포] 광주전남…"민주당도 맘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야당 찍을 수는 없는 노릇"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밤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밤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 정신으로 미래를 열어주십시오' 광주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민주당이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 같아 선뜻 마음이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찍을 수 없는 노릇 아니냐?"

26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복사집을 운영하는 김의태(49)씨는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누구를 찍겠냐는 질문에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많은 이 지역은 여전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석된다.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절대 다수가 민주당 소속으로 여전히 막강한 조직력을 보이는 데다 민주진보진영 본산이라는 자부심이 민심 저변에 폭넓게 깔려있다. 또 제15·16대 대선에서 각각 94.61%, 93.38%의 몰표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앞장선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80~90% 이상의 몰표를 노리고 있고, 국민의힘도 30%대 득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2030'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넓혀가던 윤 후보의 인기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민주당 결집 현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호명하지 못했던 호남 내 '샤이 이재명'이 대선 막판 '그래도 민주당'을 외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대를 웃돌던 윤 후보의 광주·전남 내 여론조사 지지율은 최근 1주일 새 15%미만으로 뚝 덜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반면, "바닥 민심이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 독점 호남, 낙후론'과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 계승', '부패 청산'을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들면서 민주당정부에 염증을 느껴온 일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나주와 목포, 무안, 보성, 강진 등 남도 곳곳에서 과거 대선때와 달리 국민의힘 유세차, 후보 현수막이 많아졌다는 것도 피부로 느껴진다. 이전 대선까지만 해도 숨어서 선거운동하다시피 했던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기세등등하게 남도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두고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나주에서 만난 40대 자영업자 여성은 "민주당과 이재명 지지자이지만 전남에서 국민의힘 유세차가 민주당만큼이나 자주 보이고 선거운동도 활기차게 하는 걸 보면서 세상이 변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3월 9일 선거에서 실제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전남의 정치 1번지 격인 목포에서 만난 김창환(70)씨는 "이전 대선까지는 저쪽(국힘) 득표율이 높아봤자 10%였는데 이번에는 바닥 분위기 이전과 다른 게 사실"이라며 "목포에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게 피부에 와닿는다. 그런데 이게 막상 선거날 표로 연결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목포역 앞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민심 이반은 관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목포사람들은 진돗개다. 왜 그런 줄 아느냐. 한번 물면 절대 안 놔준다는 것이다. 한번 지지하면 절대 변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다른 곳도 아니고 목포가 어딘가. 무슨 검찰 공화국 만들일 있나. 국민의힘이 아무리 읍소해도 목포 분위기는 하나도 안 바뀐다"고 했다.

광주일보 오광록 기자 김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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