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선거 관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대신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밀이 보장되지 않고 조작 또는 분실될 우려가 있다는 유권자 목소리가 들끓었다.
중앙선관위가 이번 사전투표 관리에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투표용지 전달 방식…비밀 보장X, 쇼핑백 등 부실 의혹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였던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는 일반 선거인과 동선이 분리된 임시 기표소에서 오후 5시~6시 사이에 사전투표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유권자 A(62) 씨도 오후 5시 이후 사전투표장으로 향했다. 그가 향한 수성4가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미 상당수의 확진자가 몰려 대기열이 길게 늘어섰다.
A씨가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오자 방호복을 입은 투표관리관이 하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투표용지를 놓으라고 말했다. A씨는 "올바로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고 바꿔치기할 수도 있으니 믿을 수도 없다"고 항의했지만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별도의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한 확진자는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없다. 2개의 투표함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 탓에 투표관리관이 대신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는 없었다. A씨가 "투표용지가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고 누구를 찍었는지 다 보이면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거냐"고 되묻자 투표관리관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A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확진자의 투표용지가 '쇼핑백' '종이 상자' 등 허술한 용기에 담긴 장면이 포착되면서 부실 선거라는 비판이 크다. A씨는 "선관위 직원들은 물론 각 정당 참관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부정선거를 할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본인 확인 절차 소홀…"확진자도 오후 3시에 투표했다"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투표를 위해 1시간 넘게 대기하는 확진자도 속출했다. 지난 5일 남구 대명6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한 B씨는 "일반 투표자들이 투표할 때 확진자들은 1~2시간씩 기다리기만 했다. 아픈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엇을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고함을 치는 이들도 많았다"면서 "이렇게 대기만 시킬 거면 확진자 투표소는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 참여한 의사 C씨도 "추운 날씨에 코로나19로 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을 1시간 넘게 세워두는 것도 문제"라며 "인후통을 앓고 있던 환자들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동선 분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 우려를 키웠다. 본인확인 절차도 소홀해 마음만 먹으면 대리 투표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한 확진자는 확진자 투표 시간이 아닌 오후 3시쯤 일반 유권자들과 섞여 투표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D씨는 매일신문과의 통화를 통해 "선관위 안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그나마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시간대를 골라 투표를 하고 곧바로 귀가했다"며 "투표장 어느 곳에서도 확진자 투표에 관한 안내가 없어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 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본인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구의 한 맘 카페에선 '본인확인을 위해 페이스쉴드도 벗어야 하냐'는 문의가 게재되자 '얼굴 쳐다보고 마스크 내리라고는 안 했다' '아무런 확인이 없었다' 등의 댓글이 절반을 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확진자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에 실시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했다"며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선거일 자가격리자 투표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참여 열기와 관리인력, 시설의 제약으로 사전투표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며 "선거일에는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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