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방식으로 지도자를 뽑는 선거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서로 상처를 입는 것이 사실이다. 선거가 과열될수록 상대를 누르고 승리로 이끌기 위해 많은 일이 벌어진다.
오로지 당선이라는 목표를 두고 많은 사람이 달려가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이 지지선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
후보자들의 단점이 땅바닥에 떨어져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감정이 격앙되고 흥분돼있다가 마지막 결과를 두고는 초조하고 불안한 심정이 가득하고, 결국 실망하는 사람과 기뻐하는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나 투표의 결과에 따라 아픔을 딛고 승복하는 자세는 아름답다. 치열한 경쟁 끝에 지더라도 상대에게 박수를 칠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의 꽃이 아닌가 한다.
대개 모든 후보자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공약들을 내세운다. 누가 당선이 돼도, 내가 지지하고 도와준 후보자가 끝까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공약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끝까지 충정과 의리를 지켜야한다.
춘추전국시대 때 개자추라는 사람의 충정과 의리는 오늘도 회자되고 있다.
진나라 문공(중이)은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박해를 피해 다섯 명의 신하와 함께 나라 밖으로 도망을 다녔는데, 유랑 생활 중 굶주림을 못이겨 쓰러지고 말았다. 뒤따르던 부하 개자추는 자기의 허벅지살을 베어내 문공에게 고깃국을 바쳐 목숨을 구했다.
왕이 죽은 뒤, 문공(중이)이 귀국해 진나라 임금이 됐다. 방랑시절에 고난을 같이 했던 신하들은 서로 공을 다퉜다. 개자추는 신하된 도리로 태자와 왕을 모시고 충성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공을 다투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자추는 자신의 공을 따져 임금에게 상을 받는 것이 싫어 어머니를 모시고 높은 면산에 숨어버렸다. 결국 문공은 자신을 도운 신하들에게 모두 관직을 줬으나 개자추에게만 아무런 공로도 상도 돌아가지 않았다.
문공은 뒤늦게 크게 뉘우치고 사람을 시켜 개자추를 찾게 했으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문공은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렀지만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죽었다. 문공은 충신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개자추가 죽은 날 불로 밥을 짓지 않고 찬밥을 먹게 했는데, 이날이 청명(한식절)이다.
선거가 끝나고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자가 당선이 되면, 자신의 자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하고 점쳐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당선자 혼자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는 없다. 분야별로 적절한 소임을 나눠 배치할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먹고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거 시작할 때,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서 운동에 적극 나섰던 그 마음 말이다. 열심히 앞에서 뛰어다니던 지지자일수록, 내 속에 보상심리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더욱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바로 기회가 없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기다림이 충정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지혜로운 지도자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지지자들의 자세임을 명심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