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청소년들이 향하는 그곳…대구 동성로 '◯◯◯ 골목'을 아시나요

최근 동성로서 10대 청소년 지인에게 흉기 휘두르거나 절도 시도 범죄 빈번
코로나19 장기화 속 청소년이 동성로 골목으로 내몰려…흡연, 음주 빈번
잦은 범죄에 구 대구백화점 맞은편 골목은 범죄 피해자 이름을 따 부르기도

동성로 구 대구백화점 맞은편 ○○○ 골목 입구. 청소년들은 7~8년 전 해당 골목에서 ○○○ 학생이 이 골목에서 성범죄를 당했다는 이유로
동성로 구 대구백화점 맞은편 ○○○ 골목 입구. 청소년들은 7~8년 전 해당 골목에서 ○○○ 학생이 이 골목에서 성범죄를 당했다는 이유로 '○○○ 골목'이라 부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최근 대구 동성로 일대에 청소년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가운데 일부 골목들이 우범지대로 변하고 있다. 심지어 범죄 피해자 이름을 딴 골목까지 생겨났지만 개선은 쉽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 갈 곳 잃은 청소년들

지난 11일 오후 11시 10분쯤 중구 삼덕동 동성로 한 음식점 앞에서 10대 A양이 지인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4시쯤에는 중구 삼덕성당 뒤편에서 10대 남자 청소년 5명이 오토바이 절도를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위기 청소년 상담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흡연, 음주, 폭행 등 청소년 범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PC방, 노래방 등 출입이 막힌 청소년이 어두운 골목으로 모여 함께 놀면서 흡연을 하거나 시비가 붙어 폭행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11일 저녁쯤 찾은 동성로에서 다수의 청소년들이 야외 광장이나 인근 골목에서 무리를 지어 담배를 피우거나 고성방가를 지르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청소년은 "SNS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구들이 어디에 모였는지 알게 된다"며 "모인 장소에 다른 학교 학생들과 놀다가 간혹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흡연을 하고 싶으면 눈에 잘 안 띄는 골목으로 들어간다"며 "교복을 입지 않는 이상 학생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범죄 피해자 이름 딴 골목까지…청소년 비행 빈번

잦은 범죄에 피해자 이름을 딴 골목이 생겨나기도 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맞은편 작은 골목을 '○○○ 골목'이라 부르고 있었다. 청소년과 대구 시내 위기 청소년 민간단체에 따르면 7~8년 전 ○○○ 학생이 이 골목에서 성범죄에 노출됐다.

당시에는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화되지 않았지만 인근 상인들은 최근까지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흡연하거나 집단폭행을 하는 등 비행이 빈번히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이 일대에서 매년 평균 19건의 청소년 비행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건물의 한 주차요원은 "예나 지금이나 ○○○ 골목에 청소년들은 많이 온다. 지금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집단폭행이 정말 많이 일어났다"며 "금연 구역이라고 말을 해도 담배 피우는 10대들을 매일 본다. 현재 줄어들긴 했어도 여전히 청소년들이 무리 지어 다니며 비행을 일삼는다"고 했다.

대구YWCA나 청소년이동쉼터 '다온' 등 청소년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는 주기적으로 청소년유해환경업소 단속과 거리 청소년 상담에 나선다. 하지만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청소년들이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성원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행사나 축제 등 청소년이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줄었다"며 "동성로 시민경찰대나 청소년 상담사가 매일 청소년을 계도하기도 어렵다. 청소년이 건강하게 놀 수 있는 쉼터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성로 구 대구백화점 맞은편 ○○○ 골목. 인근 상인에 따르면 이곳에서 청소년 흡연이나 집단 폭행이 종종 발생한다. 배주현 기자
동성로 구 대구백화점 맞은편 ○○○ 골목. 인근 상인에 따르면 이곳에서 청소년 흡연이나 집단 폭행이 종종 발생한다. 배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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