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군에 납치돼 9일간 고문 당한 통역사…"칼과 전기로 고문당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진술 제출할 것"

국경없는기자회에 올라온 기록 원문. reporters without borders
국경없는기자회에 올라온 기록 원문. reporters without borders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프레스(Press)' 표시를 부착한 자동차를 타고 가던 우크라이나 통역사를 납치해 9일간 끔찍한 고문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취재하는 프랑스 언론사의 현지 통역사인 우크라이나인 니키타(32세·가명)는 지난 5일 러시아군에 붙잡혀 9일간 고문을 당한 뒤 13일 풀려났다.

니키타는 납치 당일, 우크라이나 중부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 언론사 동료와 함께 머물던 중 가족들이 지내는 마을에 러시아군의 폭격이 거세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가족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취재 차량을 빌려 마을로 향하던 중 러시아 정찰대의 총알 난사에 가로수를 들이 받았다.

6명의 러시아군은 니키타가 '민간인'이라고 밝혔음에도 그를 '정찰병'으로 의심해 폭행과 고문을 이어갔다.

니키타는 납치된 9일간 자동 소총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온몸을 얻어맞아 치아가 깨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후에도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숲 속 나무에 묶어 쇠막대기로 내리쳤으며, 스파이가 아니냐고 추궁하면서 전기 충격 고문을 가했다.

니키타는 납치 9일만인 13일 이들의 강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쓰고 서명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가 납치되었던 곳에는 니키타 외에도 전직 우크라이나 고위 공무원 등 3명이 납치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후 니키타는 온몸에 멍이 들었고, 감전으로 손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키타는 "끔찍한 기억으로 트라우마가 남았지만, 나의 일을 계속하겠다"며 "전쟁터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일에 소질이 없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조국의 자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RSF는 니키타의 증언을 확보, 목격자 진술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모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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