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대한민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전승공동체로는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등 전국 13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단체와 시·도 무형문화재가 함께 포함돼 있다.
등재 추진은 안동시를 비롯해 관련 기초단체들과 세계탈문화예술연맹, 한국탈춤단체총연합회가 역할에 나선다.
◆유네스코, 1980년 후반 무형문화유산 보호 노력
유네스코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무형문화재'라는 용어를 차용해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을 확정했다. 유네스코의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각국의 무형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보전하려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관련 공동체와 집단 및 개인이 보유한 무형 문화유산의 존중, 지방·국가·국제적 차원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 인식과 상호 이해 증진 등에 나서왔다.
특히, 국제적 협력과 지원도모 등 무형문화유산의 보호·관리는 자국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서 인류의 문화자원을 지키는 방안이라는 점을 협약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협약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방법의 하나로 2008년부터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다국가 무형문화유산 발굴과 국가 간 경쟁을 우려해 다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화를 장려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의 탈춤'도 국가간 공동등재를 추진하기도 했다.

◆탈문화, 보편적·독특성 지녀 단독 등재 가치 충분
안동에서 신청한 탈놀이 문화는 지난 2012년 국가간 공동등재 신청 종목 선정때 한차례 도전했었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탈문화의 가치는 분명하고 보편적이면서 독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등재 가치 역시 충분했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등재에 앞서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정책적인 판단이나 결정을 하기 전에 학술적 검토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고 다국가 문화요소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단순히 묶어서 하나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만드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다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으로 등재된 것들의 경우도 문화를 통한 국제적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할지 몰라도 문화연구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는 의견들이었다.
이 때문에 탈문화의 다국가 등재가 관심이라면, '왜' 탈놀이가 각 공동체의 단결과 합심을 이루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할 뿐 아니라, '어떻게' 행위자들이 탈놀이를 통해서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게 되는 지가 더욱 명확히 연구되어야 할 필요성으로 제기됐다.
무형문화유산을 통해서 연행자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되기 때문에 공동체의 가치와 공동노동,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의식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한국의 탈춤이 지닌 독자적 차별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탈춤, 유네스코 협약 정신 '공동체간 상호 존중'과 상통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이하 이마코)은 지난 2019년 문화재청에 '대한민국의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 등재 신청을 위해 '2019년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공모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코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신청서에 담아 냈다. 신청서에는 "한국의 탈춤은 전근대시대인 조선시대에 주로 창작돼 전승됐다. 따라서 전통적인 탈춤의 내용에 당시의 시대적 한계가 반영돼 있었다. 그러한 요소는 남성 중심적인 내용, 신분제,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폄하 등"이라 밝히고 있다.
신청서에 따르면 탈춤은 완전하게 짜인 대본에 따라 연행되는 무형유산이 아니라 대사, 내용에 즉흥적인 요소가 반영돼 각 공연이 모두 1회성(one off)적인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탈춤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서서히 변화돼 왔다. 실제로 현재 남아 있는 20세기 초의 탈춤 내용과 현재의 내용을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탈춤은 전통적인 사회의 관념을 반영해 연행자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함부로 여자가 사회에, 게다가 '놀이판'에 나설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도 탈춤의 연행자의 다수는 남성이다.
하지만 점차 여성 연행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반드시 '남자'여야 한다는 인식들이 개선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양성평등 또는 여성 인권 보장에 대한 인식들이 높아진 결과이다.
탈춤은 전통적 사회의 악습과 모순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악습과 모순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다가 서로 함께 화해의 춤으로서 마무리 짓거나, 권선징악적인 내용으로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이다.
김현진 이마코 전략기획팀장은 "탈춤은 '갈등'을 목적으로 한 예술이 아니라, '화해'와 '조화'를 위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유네스코 2003년 협약의 정신인 '공동체간 상호 존중'과 상통한다"고 했다.

◆안동, 선조들에게 탈놀이 유산 물려받은 축복
"놀랍다, 한국에 이러한 가면이 있다는 것이. 안동 사람들의 얼굴인 하회탈과 안동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모습들이 잘 갈무리되어 있는 탈놀이를 가지고 있는 안동은 선조들로부터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축복받은 곳이다."
이 말은 중국 경극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북경희극대학교의 학장이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고나서 밝힌 소감이다. 또, 영국 엘리자베스대극장에서 공연을 지켜본 영국왕실의 문화참사관들의 평이기도 했다.
그동안 세계를 돌며 한국을 알리고, 안동을 알리기 위한 하회탈춤 해외공연 때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하회탈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탈놀이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한마디로 놀랍다는 것이었다.
손상락 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문화전통을 생산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그 지역의 축적된 모든 역량이 결집돼야만 창조될 수 있다. 하회별신굿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비록 연행은 상민들이 주도했지만 마을사람들의 삶과 역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생태환경까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느낌까지 놀이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학문이 높은 지식인들에 의해 창조되고 생산됐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탈춤 속에는 소통과 어울림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힘이 담겨져 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고 싶은 행복 추구의 권리와 자유를 갈망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일 안동시 문화유산과장은 "한바탕 신명으로 풀어내는 놀이판은 민초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신분사회 속에서 꽉 막혀 있는 숨구멍을 터주는 통풍구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희망을 노래하는 난장이기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별신굿이 열리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사회적 제약에서 해방되고 신분차별에서 오는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남녀노소·반상의 구별 없는 대동세상을 꿈꾸고 지향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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