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손상 아들 홀로 돌보는 청각장애 엄마 "아이 눈 바라보며 함께 걷고 싶어요"

남편은 폭력과 외도 저지른 후 가족 떠나…재혼했다는 소식에 배신감
기초생활수급비로 치료비·생필품 구매 빠듯…하는 수 없이 신용카드 긁어

엄마 류혜주(가명·36) 씨가 뇌가 손상된 아들 지완이(가명· 4)를 돌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 류혜주(가명·36) 씨가 뇌가 손상된 아들 지완이(가명· 4)를 돌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2년 전 가을, 기차역 플랫폼에 서 있는 엄마 류혜주(가명·현재 나이 36) 씨의 등에 땀이 한 줄기 흐른다. 서늘한 날씨에도 류 씨의 땀은 쉽사리 멈추지 않는다. 류 씨는 아들 지완(가명·현재 나이 4)이를 안고 있다. 뇌가 손상된 지완이의 눈동자엔 힘이 없고 고개는 힘없이 젖힌다. 둘은 부산에 있는 병원에 가는 길이다.

겨우 탄 기차, 류 씨의 땀은 더 폭발한다. 경련이 잦은 지완이로 류 씨는 기차에서도 끊임없이 아이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야 한다. 몸이 불편한지 지완이가 짜증을 낸다. 승객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말을 건네 보지만 류 씨는 작은 미소만 짓고 만다. 청각장애가 있는 류 씨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렇게 아들을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는 매일 지속됐다.

◆뇌 손상된 아들, 가족 떠난 남편

류 씨는 같은 청각장애가 있는 남편을 만나 5년 전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딸을 원했던 남편은 아들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날이 없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쯤 되던 어느 날, 마트에 장을 보러 간 류 씨의 휴대전화가 긴급히 울렸다. 지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남편의 연락이었다.

아이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다.119에 신고를 해야 했지만 남편은 자꾸 자기가 처치해본다고 했다. 남편을 말리자 그는 류 씨의 뺨을 때렸다. 울면서 연락한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지완이는 겨우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구의 병원에선 치료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긴급히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뒤에야 지완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의 뇌는 이미 손상된 뒤였다.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과 상세 불명의 뇌염과 뇌전증 등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몇 차례의 수술 끝에 이들은 대구로 돌아왔다. 하지만 류 씨는 남편과 싸우는 날이 많았다. 남편은 아이 병간호를 뒤로한 채 류 씨에게 부부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면 손찌검을 했다. 심지어 외도까지 일삼았다. 외박을 하는 날이 잦았고 류 씨가 화를 내면 그를 베란다 난간까지 밀어버리거나 누워있는 지완이를 때렸다.

결국 남편은 류 씨와 아이를 떠났고 부부는 이혼했다. 얼마 후 남편이 외도의 대상이었던 다른 여자와 재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배신감과 착잡함이 류 씨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할 새도 없이 그는 아이를 돌봐야 했다.

◆엄마 홀로 아들 돌봐

매일매일 류 씨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아이의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고 아들의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 아이가 잠든 사이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나면 류 씨의 입맛은 뚝 떨어진다. 허기진 배를 달래는 것보다 잠시 눈이라도 좀 부치는 게 더 절실해진다.

남편이 떠나고 생활은 어려워졌다. 아이 곁을 잠시라도 떠날 수 없어 일을 할 수 없는데 기저귀 등 아이에게 필요한 생필품은 자꾸 많아진다. 게다가 뇌에 찬 물을 빼기 위해 꽂아둔 관으로 기저귀는 수시로 찬다. 류 씨는 남편에게 양육비를 요구했지만 이마저 들어오는 날이 들쭉날쭉하다. 가득 찬 기저귀를 모른 척하고 버텨야하는 날도 잦았다. 친정 식구가 있지만 이혼 직후 도움을 받았던 터라 손을 벌릴 수 없었다.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월 150만원의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지만 이마저 빠듯하기만 하다. 한동안 기차에 몸을 싣고 병원에 다녔지만 갈수록 무거워지는 지완이를 매일 안고 다니기 버거워 류 씨는 저렴한 중고차 한 대를 샀다. 차량 할부금과 병원비, 기저귀 등 아들의 의료 용품 구입비를 감당하려면 한 달엔 족히 2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매월 신용카드를 긁는다.

지완이의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류 씨는 매일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들과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류 씨는 "눈 마주치고 함께 걷는 것"이라 했다. 류 씨 옆에 힘겹에 앉은 지완이의 눈동자는 한참 이리저리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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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종교 탄압 피해 한국으로 도망 왔지만 어린 자녀가 아픈 지미 씨에 2,200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종교 탄압으로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도망왔지만 어린 자녀가 아파 생활이 힘든 지미(매일신문 4월 26일 자 10면) 씨에 2천200만2천67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다우약품 50만원 ▷배준범 50만원 ▷허정미 10만원 ▷구병국 5만원 ▷이창세 5만원 ▷곽병완 3만원 ▷김영수 2만원 ▷박기영 2만원 ▷박세연 2만원 ▷방태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운대 1만원 ▷이정현 1만원 ▷성영아 1만원 ▷한동엽 1만원 ▷서형덕 5천원 ▷윤인주 5천원 ▷김서연 2천원 ▷'김재연 힘내세요' 5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이혼 후 홀로 살아왔지만 사고 당하며 몸이 힘든 조정수 씨에 1,738만원 성금

군 제대 후 부모님이 이혼해 타지에서 홀로 돈을 벌며 살았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조정수(매일신문 5월 3일 자 10면) 씨에 45개 단체, 144명의 독자가 1천738만6천33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한정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경북장식철물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7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삼보세라믹스(김익곤)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더나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아이씨씨디자인(김영봉)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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