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강부원 지음/ 믹스커피 펴냄

이 책에는 25명의 모험가 및 소동꾼이 소환됐다. 대부분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격동과 전환의 20세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선도자와 지도자가 한국을 수놓았다. 반면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거대한 세계 질서에서 빗겨나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견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체제를 비판·위협·파괴했기에 정형화된 근·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자리는 없었다.

이 책은 말한다. 그들의 행보를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으며,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20세기 한국사 빈칸에 채워 넣을 시간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세상에 맞서 싸우는 걸 주저하지 않았고 험난한 도전과 변화를 멈추지 않았으며, 열정과 분노를 무기 삼아 시대와 불화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렇기에 지은이는 그들을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세상에 맞서 싸운 여자들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고공투쟁 노동자 강주룡과 조선독립운동가들의 숨겨진 리더 남자현, 주세죽·허정숙·고명자 등 조선공산당 여성 트로이카, 위안부 참상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2부는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자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의 비행사 서왈보,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마을문고의 창시자 엄대섭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3부는 시대와 불화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1960년대 문학소녀의 대명사' 전혜린, 야누스와도 같은 천재 건축가 김수근 등의 이름이 나온다.

지은이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을 읽고 세상을 한바탕 휘젓고 활개친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엿본 독자들이 조그만 용기와 마음의 위안을 얻길 기대한다. 이 책은 힘차게 도전하고 세상에 맞서 싸운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지만, '잊힌 존재'들이 '보통의 존재'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과 격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33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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