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의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전 '서화무진(書畵無盡)'이 17일 개막했다.
1~3전시실과 선큰가든, 어미홀에 펼쳐지는 전시로, 개관 이래 단일 전시로는 최대 규모다. 192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화 100년사를 압축해놓은 전시라 할 수 있다. 작고 작가부터 원로, 중진, 신진까지 참여 작가만 83명. 모두 220여 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무한한 세계를 담아냈다.
왜 한국화일까. 현대 회화의 빠른 변화 속, 한국화는 대체로 전통적이고 고루한 것으로 인식되며 주류에서 밀려나는 듯 보인다. 이제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에 따라 배출되는 인재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 대구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이처럼 비교적 대중적이지 않았던 한국화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준다.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한국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가운데 형성돼 온 한국화의 흐름은 한국 미술의 전개, 발전 양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한국화가 어떻게 전통을 지켜오며, 시대에 맞게 변화해왔는지 그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부 '붓이 움직일 때'와 2부 '세상은 이어지고'로 구성되며, 각각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진다. 1부는 1920~60년대 작품이, 2부는 보다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작품들로 채워졌다.
특히 1부는 한국화를 대표하는 국내 작가들의 정수만을 뽑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장 초입부터 청전 이상범의 8폭 병풍과 소정 변관식의 6폭 병풍이 임팩트를 준다.
이어 이응노의 문자추상화 '구성'과 '군상', 김기창의 일명 '바보산수(산사)'를 비롯해 박래현, 박생광, 천경자, 오태학 등 재료와 표현방식 등에 실험적인 시도를 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가의 사유를 화면에 담아낸 추상적인 한국화와 삶의 풍경을 포착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2부는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이 그려낸 한국화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풍경을 다(多)시점으로 그려낸 정용국, 권세진 작가의 '진경'과 내면 심상의 풍경을 한국화 재료로 표현한 신선한 작품들이 펼쳐진다. 이어 정체성에 대한 고민,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부수고자 하는 시도가 담긴 한국화 작품도 볼 수 있다.
몇몇 작품은 좀 더 적극적으로 감상하길 권한다. 이정 작가의 영상 작품이 펼쳐진 공간에서는 붓질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붓멍'을 경험할 수 있다.
선큰가든에 설치된 이재훈 작가의 작품 사이를 거닐 수도 있다. 산수화 화면 속 2차원적 유람을 넘어, 마치 하나의 산을 등산하고 하산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1층 로비 어미홀에는 장상의, 박윤영, 박대성, 손동현 등 세대를 달리하는 4명의 작가들이 철학적 종교적, 관념적 고민을 반영한 세상의 풍경을 선보인다. 길이 17m의 장상의 작품 '백두산신곡', 높이 6m의 박대성 작품 '청량산필봉'은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현대화를 이루려 시도해 온 작가들의 태도가 가감없이 느껴진다.
전시 말미에는 "한국화의 세계가 이렇게 폭넓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전시 제목 '서화무진'처럼, 옛 화가들이 추구한 미적 성취와 표현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풍경, 추상, 인물화로 다채롭게 구현되고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는 한국화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다.
강효연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대구미술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그동안 다져온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미술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요즘, 한국화를 중심으로 한 K아트는 세계 미술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전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구시민 모두 놓치지 말고 전시를 봐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도슨트 프로그램은 3월 31일부터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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