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인재 육성 주문에 교육부가 첨단학과 증원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쏠림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를 비수도권에 신설하고, 이들 인재가 지역에 자리 잡도록 반도체 산업 활성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대기업 취업보장 '계약학과' 신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인력 공급을 위해 교육부가 발상을 전환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교육부 등을 방문해 "첨단 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겠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첨단학과 증원 규모를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비슷한 비율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핵심은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인데, 현재도 수도권 집중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에 신설되는 첨단 관련 계약학과를 보면 고려대의 차세대통신학과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등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들 학과 졸업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차 등에 취업이 보장된다.
대구권(경산 포함) 대학 중 대기업 채용 계약학과는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이 유일하다. 이 전공은 지난해 30명 모집에 529명(17.3대 1)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입학과 동시에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다는 점 덕분이다.
첨단학과를 지방대에 증원하더라도 계약학과가 아닌 일반 학과 형태라면 신입생의 수도권 집중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 때 교육부 방침에 따라 지역 대학 중 인공지능, 정보통신공학 등 첨단학과를 신설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지역에선 '반도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도 이미 전기·전자전공에서 반도체 인력이 배출하고 있다"며 "단순히 첨단학과 증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의 신설이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일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문과·지방 이탈 가속화 우려도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면, 이미 진행되는 탈(脫) 문과·지방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이과 프리미엄 현상 등으로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이과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취업에 유리한 반도체 학과 정원이 늘어나면 이과 쏠림 현상은 더 심해져 특히 지역 인문대 위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는 최근 이과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대구시교육청과 송원학원 등에 따르면 대구의 수능 응시자 중 과학탐구가 사회탐구보다 많은데, 최근 3년간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응시자는 2020학년도 각각 1만3천771명과 1만3천506명이었고, 2022학년도에는 1만2천868명과 1만1천471명을 기록했다. 응시자 차이가 265명에서 1천397명으로 커졌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우리 학원도 23개 반 중 문과반은 6개, 나머지 17개는 다 이과반으로, 이미 3, 4년 전부터 '문과는 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다"며 "여기에 반도체 학과의 정원이 늘어나면 학령인구 감소 상황 속에서 지역 인문계열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충고와 함께, 지역 대학에서 양성된 반도체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반도체 산업 활성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석 경북대학교 IT대학 학장은 "인공지능 등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엔 문과적인 창의력이나 상상력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문과 인재양성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나아가 반도체 인재의 지역 이탈과 향후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선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지역 내 반도체 관련 일자리 창출이 인재양성이 함께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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