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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동의 발효이야기] 고추의 선별과 여러 가지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 제조
고추장 제조

◆ 고추의 선별

고추는 매운 강도가 다른 수많은 품종이 있다. 공업적으로 생산할 경우는 매운 고추를 일정한 비율로 혼합하여 재현성 있는 제품 생산이 필요하다. 또, 고춧가루의 생산은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인증 시설에서 생산하지만, 고춧가루 1g에 적게는 1만개 많게는 10만 개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미생물의 오염정도는 수확 후의 관리상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고추의 선별기술이 고춧가루나 고추장의 품질을 좌우하는 근원이 된다.

고추를 선별할 때는 과실 표면이 매끈하고 매운맛이 적당하며 곰팡이나 세균 반점이 없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겉만 마르고 속이 덜 마른 것은 내부 변색이 일어나 표피 밖으로 비쳐 보인다. 그러므로 색깔이 선명한 것이 좋다. 또, 반으로 쪼개어 보면 곰팡이의 균사가 보이는 것도 있다.

미숙 고추는 윤기가 없으며 영양분과 색소함량이 적고 맛도 좋지 않다.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은 것이 고춧가루의 수율이 높다. 태양초는 마르는 속도가 느려 속까지 말라 품질이 우수한 것이 많다. 그러나 장마가 겹쳐 건조 기간이 길어지면 미생물의 오염과 성분변화가 동반될 우려가 있다.

◆ 전통 고추장

메주에 함유된 당질과 단백질 분해효소가 당과 아미노산을 만들고 고추의 매운맛을 조화시킨 장이다(안용근 등 현대 식품가공저장학, 효일 출판사, 2006). 예로부터 고추장은 만초장(蠻椒醬)이라 하여 메줏가루에 고춧가루와 소금물을 넣어 발효하였다(1767 증보산림경제).

재료와 담금방법에 따라 찹쌀고추장. 수수고추장, 보리고추장, 떡고추장 등 20여 종이 알려져 있다(채홍자 한양대 석사논문 1988). 곡물 재료는 가루로 만들고 쪄서 혼합하고 부족한 효소를 엿기름으로 보충하여 단맛과 숙성된 깊은 맛을 낸다.

고추장
고추장

한편, 수문사설(謏聞事說) 식치방(1740)에 기록된 고추장은 ① 콩 2말을 삶고 여기에 쌀 5되로 만든 백설기를 혼합한다. ② 찹쌀가루 1되로 쑨 죽에 메줏가루와 엿기름 분말 1되를 섞은 다음 고춧가루 6되를 골고루 섞는다. ③ 동량의 감장(甘醬: 맛이 단 간장)을 발효 상태를 보면서 2~3회 나누어 넣으면서 발효한다.

메주와 엿기름은 콩과 백설기의 당질과 단백질을 가수분해하여 저분자의 당과 아미노산을 생성하며, 이를 영양원으로 다양한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켜 고추의 성분과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한 전통 고추장은 식량이 부족했던 조선 후기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특히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보리를 비롯한 잡곡류를 보다 쉽게 먹게 한 주요 식품이었다.

◆ 코지 고추장

전통 고추장은 메주가 발효를 일으키게 하는 주 효소원이지만 코지 고추장은 황국균으로 띄운 코지의 효소가 발효를 일으킨다. 코지 고추장은 먼저 밀가루나 보리를 증자한 후 식혀 황국균을 접종하여 코지를 만든다. 여기에 삶은 콩과 고춧가루 그리고 소금과 물을 적절히 섞어 25℃ 내외에서 5~6개월간 발효한다.

곡류와 콩 그리고 고춧가루의 비율에 따라 발효기간과 고추장의 맛에 차이가 있지만, 코지 양이 많을수록 단맛이 강하며 콩 양이 많을수록 구수한 맛이 짙다. 이러한 담금 비율은 업체마다 가정마다 제각기 다르다. 한 레시피를 소개하면 밀가루, 보리쌀 또는 쌀 10kg으로 만든 코지에 콩 10kg을 삶아 넣고 고춧가루 5kg, 물 8L, 소금 4kg을 골고루 섞어 걸쭉한 죽 상태로 담아 25℃에서 5~6개월 발효한다.

발효 초기에는 코지 유래의 효소가 작용한다. 탄수화물은 감미를 띠는 당류로, 단백질은 구수한 맛을 띄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이렇게 분해된 저분자의 영양원을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번식하며 끓어오름 현상도 나타난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당은 효모에 의하여 알코올을 생성하며 알코올은 초산균에 의해 초산을 만든다.

고추의 색상 성분인 카로티노이드는 산에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약간의 황변현상도 일어난다. 효모에 의하여 생성된 알코올은 산과 결합하여 에스테르를 만드는 화학적 변화도 동반하여 고추장 고유의 향미를 띄게 된다.

◆ 엿기름 고추장

엿기름 고추장은 증자한 쌀, 찹쌀 등에 엿기름 우린 물과 물을 부어 55℃에서 2~3시간 당화하고 이를 농축한 후 고춧가루, 메줏가루, 소금을 섞어 코지 고추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발효한다. 곡류의 당화와 농축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시판 물엿이나 조청을 이용하여 담그기도 한다.

이 경우의 한 두 레시피를 소개하면 ① 메줏가루 1kg, 고춧가루 2kg, 엿기름 분말 0.5kg, 찹쌀 1kg, 물엿 2L, 소금 1kg, 간장 0.5L, 물 3L ② 메줏가루 1kg, 고춧가루 1.5kg, 엿기름 분말 0.3kg, 조청 0.1kg, 찹쌀 1kg, 천일염 0.5kg, 물 3L로 담근다. 두 레시피 모두 찹쌀은 가루로 만들고 증자하여 사용한다.

◆ 기타 고추장

이상의 고추장에 새로운 재료로 과실류, 채소류, 약재류의 분말이나 그 우린 물을 첨가하여 맛과 기능성을 향상하고자 한 고추장이 특허로 출원되고 있으며 고추장의 용도를 다양화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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