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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둥근 슬픔' - 하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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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채반에서 소낙비 내리는 소리가 그치면

금줄 친 고요가 머물렀다

터질 듯 탱탱하고 부드러운 몸

고개를 꼿꼿이 세워 좌우로 흔들며 섶을 찾는다

입으로 뽑아낸 부드럽고 질긴 명주실 가닥으로

망설임 없이 자신을 그 속에 가둔다

달빛이 차오를수록 고치는 두터워지고

제 몸의 진액으로 지어진 모서리 없는 집이 완성됐다

그것은 한 번의 찢김으로

미련 없이 버려질 정결한 산실

올올이 풀어내면 이천 배가 넘는다는,

끊어질 듯 이어온 실낱같은 나날이 아득하다

온갖 고생을 다 해 지어진 골방에

주름만 가득한 번데기로 남은 당신은

어느 날 훌훌 털어 하늘로 올릴 정결한 화목제

섶에 매달린 누에고치마다 그렁그렁한 슬픔이 둥글다

하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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