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꼴의 둥근 테두리 바깥으로부터 안으로 드리워진 버드나무 가지의 매미를 그린 수묵담채화 '선성소류'다. 나무 그림자 비친 수면 아래 물고기 세 마리 삼어(三魚)는 삼여(三餘)를 상징한다. 커다란 매미가 이 그림의 주인공이고 제화시에 매미소리 선성(蟬聲)이 나온다.
선성소류한당외(蟬聲疎柳寒塘外)/ 차가운 연못가 성근 버드나무의 매미소리
사출강남일간추(寫出江南一看秋)/ 강남을 그려내니 한 눈에 보아도 가을이네
수재(壽齋)/ 수재(이한복)
매미는 여름 물건인 부채에 잘 어울리는 소재일 뿐만 아니라 좋은 뜻도 가지고 있다. 생김새와 생태로 인해 선충오덕(蟬蟲五德)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무한긍정하며 자연물의 장점을 인격으로 치환해 모범으로 삼았던 옛 사람들에게 매미는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의 오덕을 뜻했다. 중국의 육운이 지은 '한선부'(寒蟬賦)에 나오는 1700년이나 된 이야기이다.
문(文)은 매미의 촉수가 관(冠)의 끈 같아 학식을 상징하고, 청(淸)은 이슬을 먹고 사니 본성이 맑은 것이며, 염(廉)은 농부가 애써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검(儉)은 둥지를 만들지 않으니 검소한 것이며, 신(信)은 여름이면 나타났다 가을이면 사라져 때에 맞으므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부여로 인해 매미 날개 모양을 임금의 모자인 익선관(翼蟬冠)과 벼슬아치가 쓰는 관모인 오사모에 붙이게 됐고 매미는 글이나 그림의 소재로 애용된다.
매미소리 선성은 중국 사상가 주희로 인해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주희의 "수일래(數日來) 선성익청(蟬聲益淸) 매청지(每聽之) 미상불회고풍야(未嘗不懷高風也)"라는 17자의 짧은 안부편지에 나오기 때문이다. "며칠 사이 매미소리가 더욱 시원합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매한 풍모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라는 글은 매미소리가 덕을 갖춘 군자를 생각하게 해 더운 여름을 잘 지내고 계신지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다.
이 짧은 문장이 조선에서 유명해진 것은 이황이 주희의 편지글을 요약본으로 만든 '주자서절요'에 나오기 때문이다. 정조도 주희의 편지글 100편을 가려 뽑은 '주서백선'에 이글을 넣었다. 여름날 들려오는 매미소리라는 일상의 계절적 감흥을 윤리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면서 서정이 넘치는 미학적 문장으로 완성한 이 글로 인해 매미소리를 듣는 청선(聽蟬)은 군자의 덕(德)과 연결되었다.
대구 남산동에 있는 백년학당인 문우관의 한학자 김홍영 선생님의 연구실 이름이 청선당(聽蟬堂)이다. 올해 우리 동네에서는 첫 매미소리가 7월 1일 들려왔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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