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산 지 30년이 다 돼간다. 어머니의 고향이며, 남편의 고향이며 나의 제2의 고향으로써 대구는 내게 남다른 애정이 있는 곳이다.
1993년, 서울에서 내려왔을 때는 한산하고 편안한 대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업을 하고 전시회도 열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대학원 공부도 했다.
해외교류 전시를 하면서 외국의 소도시를 가보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었고, 나도 우리의 문화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조금씩 대구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 대구도 세계적으로 훌륭한 도시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다.
대구는 1시간이면 청정의 깊은 산속의 계곡이나 시원한 바다로 갈 수 있으며, 인근의 안동, 경주, 성주, 창녕, 합천 등 곳곳에서 문화유산과 고색창연한 사찰, 종가집 등 좋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허브 도시다. 이런 훌륭한 자산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가는 내게 오랫동안 큰 관심이었다.
10년 전 동생·딸과 일본 도쿄 근처를 여행한 적이 있다. 클레마치노오카 조각공원, 폴라미술관 등을 둘러보고, 각 미술관마다 있는 조그마한 음식점과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문화 공간에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관람하다가 쉴 수 있는 공간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동창들과 바젤 아트페어를 구경하러 홍콩을 여행했다. 크지 않은 홍콩 섬을 둘러보던 중 복합문화공간인 PMQ 건물에 들렀다. 그곳은 홍콩시가 오래된 옛 경찰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홍콩의 아티스트와 청년 사업가들에게 자리를 준 공간이다. 작업도 하고 자기들의 작품도 팔 수 있는 공간으로, 이 한 곳에서 여러 작품을 둘러볼 수 있었고 가벼운 쇼핑도 할 수 있었다. 그곳의 식당과 카페에서는 전통음식들로 손님을 맞았다. 대구도 빈 건물을 활용해 전시 공간으로 꾸미고 우리 고유의 음식, 음료를 팔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중국 베이징의 798거리는 현대미술 집합소다. 화재로 인해 비게 된 군수품 공장을 개조해 예술의 거리로 만들었다. 디자인회사, 예술센터, 화랑 작가들의 작업공간 등이 모여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성장했다.
대구도 현대 미술을 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이 생기면 시민들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을 것이고 예술인과 비예술인의 만남, 오래된 것과 현대적인 것들의 만남으로 도시가 활기를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
해마다 여름이면 방송 등에서 대구를 '대프리카'라고 한다. 대구에 분수가 있는 자그마한 조각 공원을 마을마다 짓고 숲도 조성하면 어느 정도 더위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교류전을 하러 방문한 미국 포틀랜드는 작은 도시지만 전시 조각품을 사들여 마을을 장식해놓았다. 조각품에 맞게 거리 타일 등의 색과 분위기를 바꿔서 특색 있는 마을이 됐을 뿐만 아니라 처음 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이 그 동네를 기억하는 수단이 됐다.
사실 이런 노력에는 많은 시간과 돈,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대구를 아끼면서 계획을 잘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획자가 필요하다. 수십 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난다면 대구도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구시는 시민들이 문화와 예술에 있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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