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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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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지음/ 갈매나무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7월 초 찌는 듯이 무더운 어느 날 해 질 무렵, S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소설 첫 문장으로 평가받는 '죄와 벌'의 시작 부분이다. 등장하는 'S골목'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톨랴르니 골목, 'K다리'는 코쿠시킨 다리다. 이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와 그를 둘러싼 등장인물, 환경 등은 작가적 상상력의 소산만이 아니다. 작가가 소설을 쓸 당시 자신과 이웃,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자화상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범죄와 처형이란 큰 줄기의 이야기 외에도, 과거 러시아제국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과 당시 사회상을 읽어낼 수 있다. 주인공을 추적하는 예비 판사의 수사 기법은 오늘날 경찰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게다가 살인자의 심리묘사는 얼마나 생생한지, 소설가 자신이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이런 이유로 북 칼럼니스트인 이 책의 지은이는 "좋은 소설을 한 권 읽는 것은 뛰어난 인문학적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잘 쓴' 소설에는 수많은 인문학적 의미와 인간 본질의 성찰이 숨어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소설 속 인문학 요소도 아는 이에게만 보이기 마련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그 속에서 무엇을 얼마나 읽어내느냐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지은이는 "오십은 젊었을 적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기 좋은 나이"라며 '소설 다시 읽기'를 권한다. 오십의 경륜은 이전엔 읽어내지 못했던 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준다. 한 권의 소설을 읽어도 줄거리만 즐기기보다 시대의 역사, 종교의 의미, 인간의 본질 등을 읽어낸다면 독서와 함께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인생'이라는 소설도 인문적 지식이 더해질 때 새로워지고 풍성해진다는 의미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20편의 소설을 주요 텍스트로, 그 속에 담긴 인문학적 요소를 추출해 설명한다. '마담 보바리'에선 프랑스 음식문화의 역사를, '면도날'에선 사교계 매너의 흑역사를 탐색하는 식이다. '고전 읽기'의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26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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