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두 달 남짓 만에 집권당이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국정 운영의 중심축인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가운데 여당의 총체적 위기까지 얹어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자중지란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집권 초반)을 놓쳤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기 전까지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주말과 휴일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세 명이 잇따라 사퇴를 선언했다.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은 자리를 던지면서 이구동성으로 정부와 여당의 쇄신을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사직한 배현진 전 최고위원은 "국민들께서 저희 당에 대통령과 새 정부, 지방선거 승리라는 감사한 선물과 기회를 안겨주셨는데 그 기회에 200%, 단 100%도 만족스럽게 충족시키지 못했던 점에 대해 부족함에 대해 너무나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31일 사퇴를 선언한 조수진·윤영석 전 최고위원 역시 여권의 분골쇄신을 당부했다. 조 전 최고위원은 "이른바 '윤핵관'이라 불리는 선배들도 총체적 복합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깊이 성찰해달라"며 "정권교체를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간직하되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고 촉구했고 윤 전 최고위원은 "지금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큰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 정원 9명 가운데 4명(조수진·배현진·김재원·윤영석)이 궐위, 1명(이준석)이 직무정지 상태가 됐고 이날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권 대표대행은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여러 최고위원 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고 하루라도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데 저도 뜻을 같이 한다"며 "저 역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고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의 정당성과 구성될 비대위의 성격을 두고 내부에서 백가쟁명이 불가피하다.
당장 이준석 대표계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당규 96조 3항에는)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저는 이 조항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은 당대표 궐위 시에만 가능하다'는 해석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 대표 사고 상황이다.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회장을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고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며 비대위가 어떤 위상으로 활동할 지를 두고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내부총질 메시지' 파동 때문에 당의 주류로 자리 잡은 이른바 '친윤계'가 드러내놓고 힘 자랑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준석 대표 수사결과까지 물려있어 경제위기로 갈 길 바쁜 여당이 당분간은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 당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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